[기자수첩]최저임금의 이상한 전통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2.08.03 04:06
소상공인 자료사진./사진=뉴스1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앞으로 3일 뒤,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되면 벌어지는 일이다. 정확하게는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을 줘야하는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소상공인(자영업자)과 중소기업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재심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의 불허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7년 이후 올해까지 36년째 이어오는 몹쓸 전통이다.

재논의를 못하니 부작용은 심각하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었지만 최저임금을 다시 정하자는 말도 할 수 없다. 다시 최저임금이 정해지길 기다리는 방법 뿐이다.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지만 사업주들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무인점포가 급증하고,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사람 쓰는 게 무섭다'고 한다. 비용부담에 단기 근로자(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원(209시간 기준)이 넘는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논의도 공허하다.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 얘기다.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적용하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1500원을 넘는다. 이웃나라 일본을 참고해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었는데, 이런 부작용으로 일본에서도 주휴수당은 사라졌다.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도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나서겠다고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처음 추진한 '국민제안 톱10' 온라인 투표에도 포함됐지만 다른 이유로 논의조차 안됐다.

최저임금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은 36년 간 21배 가량 뛰었지만 제도는 달라진 게 없다. 재심의는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주휴수당과 차등적용 논의도 제자리 걸음이다.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만 남은 최저임금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 똑같은 잘 못을 수십년째 되풀이 해선 안된다.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