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한다"며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수진 의원은 지도부 체제 논란이 나온 이후 배현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조 의원은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여당의 지도체제 전환은 이견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초 지도체제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의 압박이 심해지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도 주말 사이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싣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주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과정 밟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를 여는 등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준석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제가 설령 힘이 부족해 부당한 압력과 강요에 밀려 떠내려갈지언정, 제가 믿고 있는 정치적 가치와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지는 않겠다"며 "밀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을 돌며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도 자신의 지도체제가 붕괴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여권을 강력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비대위가 들어설 경우 사실상 이 대표의 6개월 뒤 복귀가 불가능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정 기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 후 차기 공천권을 쥘 새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치적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체제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이 상황에서 지도부 재정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을 위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헌·당규상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권 원내대표의 결단 이후 성일종 정책위의장까지 직을 내려놔 현 지도부의 과반수 사퇴가 현실화하면 비대위 체제 전환이 바로 가능하다. 당대표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차순위 책임자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것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당내 최다선인 정 부의장과 주 의원 등이 꼽힌다. 당초 분위기 전환을 위해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혼란한 당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선 무게감 있는 당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새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비대위 구성을 놓고도 국민의힘 의원들 간 여러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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