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역전의 역사

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 2022.08.01 02:01
이윤학 대표
1592년 음력 7월8일, 삼복더위 속에 한산도 앞바다에서 임진왜란의 승패를 바꾼 대역전이 펼쳐진다. 이른바 한산도대첩이다. 한국 전쟁사에서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강감찬의 귀주대첩과 함께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전투는 백척간두에 서 있던 조선을 구해낸 쾌거였다. 당시 조선은 전쟁이 시작된 지 20일도 안 돼 한양을 내주었고 선조는 평양을 거쳐 의주로 피란을 가는 상황이었다. 한산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은 적의 함선 73척을 침몰시켰고 북진하는 왜군의 보급로 차단은 물론 적의 사기를 떨어뜨려 임진왜란 초기 크게 불리하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쟁에만 역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유사 이래 신분역전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 지속됐다. 언제부터인가 지배, 피지배계층의 분화와 갈등은 신분역전의 본질적인 동인이 됐다. 프랑스 대혁명이 그랬고 미국 노예해방운동이 그랬다. 고려 말 최충헌의 노비였던 만적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했듯이 신분역전은 인간의 가장 원천적인 기본권이자 근원적인 욕구였다.

국가 간의 역전도 드라마틱하다. 신생 이스라엘이 중동의 강국들을 굴복시킨 역전드라마도 있지만 한국처럼 경제로 역전드라마를 쓴 나라도 있다. 임진왜란 이후 수백 년 동안 한국을 언제나 한수 아래로 본 나라, 심지어 식민지로 삼았다가 한국전쟁 후에도 늘 저만치 앞서나간 일본. 그 일본을 2018년 한국이 1인당 GDP(구매력 기준)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1인당 명목GDP도 일본이 1.3배 앞섰지만(2020년 기준) 최근 달러에 대한 엔화 평가절하 속도가 원화보다 빨라 명목GDP 역전도 예상된다. 즉 달러당 환율이 엔화 140엔 이상, 원화 1300원 이하로 유지되면 명실상부한 1인당 GDP의 한일역전이 이뤄진다. 사실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 관련이 있는 평균임금은 이미 역전됐다. 지난해 기준 일본 444만엔, 한국 4254만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일본은 3만1714달러, 한국은 3만2316달러로 몇 년 전부터 앞서기 시작해서 격차를 벌려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애플이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손모빌의 시가총액을 역전하면서 전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했고 2015년 아마존이 월마트를, 2020년에는 테슬라가 토요타의 시총을 역전했다. 이러한 시총 역전은 단순히 기업가치 평가총액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애플의 역전은 모바일 혁명의 신호탄이었고 아마존과 테슬라의 역전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을 알리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역전은 언제나 기존 관성과 상식을 끊고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 그리고 역전을 시키는 쪽은 흥분과 카타르시스가 넘쳐나지만 역전을 당하는 쪽은 울분과 비탄, 공포가 따르기도 한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금리가 역전됐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제 시장은 바뀔 것이지만 이전의 상식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비탄과 공포에 젖어 있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 패러다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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