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아사히·마이니치신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 정치권에선 유력 국회의원 상당수가 통일교와의 관계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어머니의 고액기부로 평소 통일교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아베 총격 용의자의 진술 이후 일본 보수 정치인들과 통일교의 깊은 관계가 연일 공개되고 있어서다.
앞서 일본 현지 언론들은 통일교와 관계가 있는 총 112명의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의원 78명, 참의원 20명 등 자민당 소속 현역 의원 98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6명, 일본유신회 5명 등 의원들도 거론됐다. 이들 중에는 내각 관료나 당 간부 출신 유력 정치인도 34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축사를 보냈고 관련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통일교 관계자들과 오랜 기간 친분이 있으며 자원봉사자 모집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통일교에서 선거 지원을 받은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것도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후폭풍이 커지자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결국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과 통일교는 조직적 관계가 없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다"며 "개별 국회의원들도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해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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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종교 달콤했던 만남이 부른 나비효과━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자민당 내 극우파였던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가 1970년 일본 통일교회를 직접 방문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후 기시 전 총리는 반공입법 과정에서 재정 후원, 여론 형성 등을 위해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최근까지 통일교 행사에 영상을 보내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배경이 됐다.
일본 정치가에는 젊은 선거운동원 등 당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를 보내주는 것을 정치인들이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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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엮였다간 큰 일" 거리두기 나선 집권 여당 ━
외신들은 통일교의 헌납 방식이 '영감상법(영적인 문제를 이용한 상업행위)'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서 통일교 헌납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통일교피해대책변호사연합회)에 따르면 1987년 이후 통일교 관련 소송 민원이 3만5000건 이상으로 피해 주장 금액이 1240억엔(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 모임의 회원인 와타나베 히로시는 "통일교가 일본 최고 정치인과 친분을 앞세워 영향력을 과시했으며 이는 신도들에게 헌납 등 동기를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일교 측은 성명을 통해 일부 신도들의 과도한 헌납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9년 준수 지침을 만들었으며 이후 관련 소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쿄 소피아대 국제정치학과 나카노 고이치 교수는 "아베 전 총리 사망 사건으로 통일교와 자민당 우파, 극우 정책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홋카이도대 종교학과 사쿠라이 요시히데 교수는 "통일교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단지 사회적 반발과 비판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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