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신사업' 모두 잡겠단 의지담긴 한화 사업구조 개편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 2022.07.30 07:30

한화그룹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한화가 한화건설·한화정밀기계 등을 품으며, 한화임팩트가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하는 게 이번 개편의 골자다.

2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3사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효율성 제고를 노렸을 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화 소재·장비·인프라 역량 확대...금융사업 지배구조 간소화, 김승연 차남 김동원 승계 마중물 전망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는 방산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한다. 100% 자회사였던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한다. ㈜한화는 이번 개편을 통해 화약·무역·방산·기계 등 기존 사업 뱡향을 에너지·소재·장비·인프라 등으로 바꿔 미래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화 모멘텀(구·기계부문)과 한화정밀기계의 사업 역량 강화다. 모멘텀은 이차전지·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공정 장비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 및 LED 칩 마운터 사업을 진행한다.

이들 두 영역의 결합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공정 장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공정 장비 분야 전문업체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 글로벌이 소재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어 이차전지·반도체 등 고부가 소재 사업에도 시너지가 더해질 전망이다.

한화 글로벌은 지난 3월 약 14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미국 'REC실리콘'의 지분 12%를 인수했다. 모멘텀·글로벌 등은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소재, 퍼스널·헬스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질산유도체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화건설이 합류하면서 장비·소재·인프라 역량이 더해져 친환경 에너지 부품·장비 사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졌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8월 1일로 취임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40년간 한화그룹의 총자산은 7548억원에서 217조원으로 288배, 매출액은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으로 60배 증가했고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재계 7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취임 40주년을 맞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은 2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모습. 2021.8.2/뉴스1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은 한화건설의 재무건전성 개선과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단순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화건설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잠실 MICE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BNCP) 추진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여서 금전적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한화건설의 재무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프로젝트 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도 단순해진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와 한화건설이 각각 18.15%, 25.09% 지분을 보유한 한화생명보험을 통해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한화→한화생명보험→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사업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해당 업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추후 금융계열사 일체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 이후 한화생명보험이 주축이 된 한화그룹 금융사업 중간지주사가 신설되고, 김 부사장이 이를 이끄는 형태의 승계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산사업 통합, 육·해·공 넘어 우주로...가스터빈·수소혼소 역량 확대도 기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개편으로 육·해·공 방산사업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 올려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꿈꾸는 모델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닯았다. (본지 '[단독]한화그룹, 방산 계열 통합…한국판 록히드마틴 꿈꾼다', '방산 뗀 ㈜한화 달라진다…조직 슬림화·ESG 지표 개선' 참고) 록히드마틴 역시 지상무기부터 항공우주 분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며 성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누리호 엔진 생산 현장

이번 방산사업 통합은 군수뿐 아니라 우주발사체 핵심기술을 지닌 주요 계열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통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출범하면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 설계·조립·발사·관제 역량을 모두 지니게 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 사업의 유력 업체로 손꼽힌다. 이번 개편을 통해 선정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사 통합을 계기로 방산종합연구소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차세대 전략무기와 우주발사체 엔진·연료 기술 등을 통합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시너지와 사업 대형화를 통해 다양한 제품라인업 구축과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원가경쟁력 제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하는 한화임팩트에서도 시너지가 감지된다. 한화임팩트는 가스터빈 개조, 수소혼소 발전기술을 보유했다. 여기에 산업용 공기·가스압축기 등 에너지장비 전문기업인 한화파워시스템이 가세하면 수소사업 밸류체인이 넓어질 수 있게 된다.

한화파워시스템은 sCO2(초임계이산화탄소) 발전 역량을 보유 했다. 한화임팩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당 사업을 북미·유럽 등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sCO2 발전기는 기존 증기 발전에서 활용하는 증기 대신 초임계(임계점 이상의 온도와 암력이 가해져 액·기체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엔진 내부 작동유체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증기터빈 대비 효율이 높고 경제성이 좋으며 소형화가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발전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다.

한화임팩트는 북미지역 중심의 가스터빈 제품과 한화파워시스템의 아시아 지역 중심의 압축기 제품에 대한 지역·제품별 교차판매, 통합 구매 및 패키지 견적 등으로 생산과 운영의 효율성 증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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