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제 북송 사건은 위법' 판단…文 정부 고위 인사 소환 불가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2.07.29 17:04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1

검찰이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위법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전 정부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법원(96누1221)은 1996년 북한 신분증인 공민증을 발급받은 사람을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강제퇴거시키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헌법에 따라 북한이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영토이기 떄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강제북송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가진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입증이 없는 이상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강제북송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송 결정이 통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은 긴급조치 관련 사건에서 '통치행위는 법치주의 원칙상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했다. 북송이 통치행위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검찰은 또 대한민국 법원이 '흉악범'으로 조사된 어민 2명을 재판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비공개 브리핑(티타임)에서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영내에 들어오기 전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어민들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다고 본다. 2019년 11월 정부합동조사에서 탈북어민 2명은 살인 혐의를 자백했다. 범행 현장으로 볼 수 있는 선박도 정부가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수사 역량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재직하는 검찰 간부는 "피고인이 자백을 뒤집지 않는 한 보충적 수준의 증거물이 있으면 유죄 선고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북송 전 법리 검토를 완료했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제1항 등을 고려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27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결과적으로 풀어주자는 현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많지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또 "남북 간의 사법공조가 불가능하고 대한민국 법률체계에서 과연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라고 밝혔다.


검찰이 사실상 강제북송을 위법으로 보고 적극 수사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조만간 김 전 장관 등 주요 피고발인들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불법체포·감금죄 등으로 김 전 장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13일 국정원 압수수색 이후 압수물 분석과 고발인·참고인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북송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김 전 장관이다. 26일 미국에서 귀국해 조만간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만큼 검찰은 그가 북송 과정에서 하급자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조사하며 위법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에 송환통지문을 보낸 당사자로, 사건 직후 국회에 출석해 "탈북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민들은 북송 전 정부합동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확실히 밝힌 것으로 조사됐는데, 당시 김 전 장관 발언이 허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귀순의 목적과 귀순 의사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도피 목적으로 탈북했더라도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절차에 따라 귀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으로 서훈 전 국정원장이 거론된다. 서 전 원장은 어민들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검찰은 앞선 참고인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서 전 원장이 조사 종료 과정에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 전 원장 조사는 미뤄질 수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지난달부터 관광비자로 미국에 출국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출국 기간이 연장된다면, 피의자가 해외에 있을 때 하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져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서 전 원장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했다.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조사에서 강제 북송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가 청와대를 향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전 실장은 최근 강제 북송이 부처 간 합의에 의해 법에 따라 이뤄졌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이 문재인 정부 주장과 180도 다르게 판단하고 있어 정 전 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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