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천하', 송강호가 막을까? 이정재가 저지할까?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2.07.29 09:46

'외계+인'의 빠른 이탈에 '한산' 독주 상황 이어질까?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경쟁한다기보다는, 모든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길 바랍니다."


배우 송강호는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 개봉되는 소위 ‘빅4’의 한 축을 담당한 배우로서의 바람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일 따름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관객들에게는 네 편의 영화를 모두 볼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그러니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최소의 선택을 하려 한다. 그 사이, 각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출연 배우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미 빅4 중 2편이 개봉됐다. 언론배급 시사회는 모두 끝나 리뷰가 쏟아지고 있다. 반환점을 돈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중간점검한다.


'비상선언' 송강호, 사진제공=쇼박스


#‘외계+인’ vs. ‘한산’…‘한산’의 압승


여름 대전의 포문은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가 열었다.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 ‘도둑들’, ‘암살’에 이르기까지 실패를 모르는 감독의 귀환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이야기꾼인 그가 무려 5년간 공들인 작품이라 기대감 또한 컸다. CJ ENM은 1, 2부가 동시 제작된 이 작품에 제작비 700억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반응은 언론시사회 직후부터 엇갈렸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과 SF를 이종교배한 듯한 이 영화를 두고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어렵다" "지루하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최동훈 감독은 관객에게 기대를 걸었다.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반대한다.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겠냐는 건데 그런 반응들에 반항심이 들더라. 관객들은 어떤 영화든 볼 준비든 돼있는데 우리가 어떤 틀을 갖고 판단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가면 천재가 된다. 아무리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관객들이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최 감독의 말처럼 관객은 본능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캐치한다. 게다가 요즘 관객은 똑똑하다. 언론과 평판의 리뷰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서 개봉 첫날 반응이 중요하다.


개봉 당일 ‘외계+인’을 본 15만8000여 명은 각종 SNS를 통해 그들의 감상평을 쏟아냈다. 언론과 평단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8일 오전 10시 현재, 약 1100명이 참여한 포털사이트 네이버 속 관객 평점은 6.91점(10점 만점)이다. ‘범죄도시2’와 ‘마녀2’가 각각 9.03점, 7.00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외계+인’에 대한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해 느끼는 바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천재적인 감각으로 평가한다는 최 감독의 말은 옳았지만, 긍정적으로 볼 것이란 예측은 틀린 셈이다.


한 주 뒤인 27일 개봉한 ‘한산: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의 반응은 달랐다. 언론 시사회 직후부터 호평이 우세했고, 이는 수치로 증명됐다. 개봉 첫 날 38만6189명을 동원했다. ‘외계+인’보다 2배 이상 많다. 예매율 역시 ‘외계+인’이 개봉 다음 날부터 ‘미니언즈2’에 1위를 내준 반면, ‘한산’은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한산’은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을 보유한 ‘명량’의 후속편이다. 그 후광이 너무 커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상징적으로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빠졌다는 것도 흥행 성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김한민 감독은 이를 영리하게 돌파했다. ‘명량’에 비해 이순신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을 줄인 대신, 거북선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영화를 열고, 마지막 50분간 휘몰아치는 해상 전투가 ‘한산’의 묘미다. 그리고 그 장면의 주인공은 배우가 아닌 거북선이다. ‘명량’ 때보다 진일보한 VFX 기술이 접목된 ‘한산’의 해상 전투는 무더운 여름,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볼 때 그 재미가 배가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헌트',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비상선언’·‘헌트’, ‘한산’에 맞서라


이런 기세라면 ‘한산’은 개봉 첫 주말 무난히 2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친 김에 300만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한산’의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4위로 처진 ‘외계+인’은 개봉 둘째 주 주말부터 적잖은 상영관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외계+인’의 자리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메운다. 3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송강호와 이병헌 외에도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등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각 배우들의 티켓 파워만 고려한다면 올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외계+인’을 상대로는 도전장을 냈던 ‘한산’은, 또 한 주 차로 개봉되는 ‘비상선언’의 기세에 맞서야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외계+인’이 개봉 첫 주부터 그다지 힘을 내지 못하며 ‘한산’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반면, ‘비상선언’은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는 ‘한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또 한 주 후에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동시에 이정재·정우성이 오랜만에 합을 맞춘 영화 ‘헌트’가 대기 중이다.


세 영화의 대결은 육·해·공 맞대결이라 불릴 만하다. 해전을 앞세운 ‘한산’이 있다면, ‘비상선언’은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소재로 다룬다. 공중전인 셈이다. ‘헌트’는 카체이싱을 비롯한 총격 액션이 백미인 육상전이다.


아직까지 성패를 가늠하긴 어렵다. ‘한산’이 순항하고 있으나, ‘비상선언’과 ‘헌트’의 반응에 따라 역학 관계는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어떤 한 영화가 압도적이지 않다면, 상영관 확보를 두고도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은 피가 마르지만, 관객은 즐겁다.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며 오랜만에 팝콘을 먹으며 시원한 극장가에서 더위를 피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어렵다. 관객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반드시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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