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 원장은 28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정권에 따라 기관장이 바뀌면 기관의 철학과 비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과학과 정치의 분리'를 공언한 만큼 앞으로는 관련 기관장들의 임기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탈(脫)원전 정책을 사례로 과학적 사실을 정치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정치와 과학은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도 공언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국가가 성장하려면 과학계가 패스트팔로워(추격자형)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형)로 바뀌어야 한다"며 '과학계에 전권 위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0년대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을 선포하고 과학계에 전권을 위임한 것을 선례로 꼽았다. 과학과 정치의 분리를 통해 과학계가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돕고, 그 토양에서 혁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주진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도 "해외 과학계 기관장은 임기가 최소 5년 이상이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연임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짤 때도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특히 기관장 임기 보장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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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로 9개 출연연 수장, 연임 또는 신규선임 ━
이에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등이 연임을 시도했지만, 이달 중순 모두 불발됐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은 기관 평가에서 보통을 받아 연임 대상이 되진 않았다. 이들 이 출연연에 대해선 기관장 신규 선임 절차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이밖에 앞으로 1년 내 임기가 끝나는 출연연 수장은 총 6명이다. 올해는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11월 10일),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12월 23일), 내년에는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상 2월23일), 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장(4월12일), 윤석진 KIST 원장(7월19일)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모두 기관평가에서 우수 이상을 받을 경우 연임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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