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기 싫으면 '비단주머니' 내놔…카카오모빌리티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2.07.27 06:05

[인싸IT]'상생·성장' 모두 담보할 묘수 찾기…카카오는 '뒷짐'

/사진=뉴스1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울타리'에 잔류하기 위한 묘수 찾기에 나섰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 경영진에게 '상생안'을 내놓을테니 매각 추진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고, 카카오는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제 카카오모빌리티 노사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의 성장까지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방안이다.

26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만간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사회와 함께 성장할 방안을 CAC(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에 제안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감 이후 골목상권 침해 등 문제로 지탄받으며 약속했던 5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과 별도의 방안이다.


상생·성장 동시에…카카오모빌리티 '알아서 찾으라'


새로운 상생안의 핵심은 카카오에 쏠리는 사회적 비판을 잠재우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등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계속됐고, 급기야 최고경영진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면서 카카오의 최대 화두는 '사회적 책임'이 됐다. 올해 2월 CAC를 설립하고 김성수 대표에게 센터장을 맡긴 이유다.

하지만 사업 확장 및 수익 추구 과정에서 택시업계를 상대해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공동체에 여전히 부담이다. 그간 택시업계가 정치권에 대한 입김을 고리로 플랫폼 기업에 줄곧 강경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김성수 CAC 센터장은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 방식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거리를 두려는 징후는 MBK파트너스와의 지분 매각 협상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카카오가 MBK파트너스에 '매각 후 서비스명에 카카오를 절대 넣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딜이 무산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선 '카카오 공동체를 사회적 비판의 책임을 오롯이 모빌리티에만 지우는 게 합당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카카오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계열사를 수십 개 늘리는 '문어발식 경영'에서 비롯됐는데, 비교적 '강한 상대'인 택시 단체와의 갈등을 이유로 CAC가 카카오모빌리티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부문은 (택시 등 기존 산업과의) 여러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며 "기업이 성장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그룹사에서 내보낸다는 CAC의 방침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골치아프면 팔아치운다?…"아직도 메신저 회사냐" 비판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든 상생안 마련의 책임을 매각 대상자였던 카카오모빌리티에 지우고, 정작 카카오 경영진은 빠진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계열사의 사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고민하지 않고 '골치 아프면 팔아치운다'는 기조로 돌아선 게 카카오 공동체의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간담회에서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메신저 회사가 택시, 대리사업을 하는 데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 이에 참석자 중 일부는 "뱅크, 페이,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계열사로 이미 확장된 상황에서 당신들이 메신저 회사라는 생각에 머무른 상태로 모빌리티의 매각을 검토했느냐"고 반발했다.

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은 "이미 카카오라는 거대 그룹이 됐는데 최고 경영진의 생각은 메신저 프로그램 만들던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이런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한다 해도 제2, 제3의 사회적 비판이 이어질 때마다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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