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거래 위장 2조 가상자산 환치기…금감원·관세청 공조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이용안 기자 | 2022.07.26 15:41
금감원 사옥

자본금 100억원 짜리 회사가 2조원 이상의 경상거래를 위장해 이른바 '가상자산 환치기'를 감행한 혐의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관세청, 검찰, 경찰에 합동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국내 관련기관의 수사, 조사 협업 뿐만 아니라 국제공조가 필요한 사안으로 지목돼 법무부까지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의 자체 '외화 이상 거래' 점검 기한을 내달 이후로 사실상 연장했다. 당초 오는 29일까지 은행들에게 자체 검사 결과를 보고 받을 예정이었지만 하나, KB국민 등 주요 은행에서 이상 거래가 추가 발견되면서 기한 연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대상의 현장 조사도 규모가 2조원이 넘어 기한은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연장된 상태다. 금감원은 곧 외화 이상거래와 관련해 대언론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당초 사건의 실마리는 대구지방검찰청이 포착해 중앙지검과 공조하면서 풀렸다. 인근에 수출입 기업체가 드문 우리은행 은평뉴타운 지점에서 최근 1년간 8000억원의 해외송금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단초를 금감원이 전해받고 우리은행 검사에 집중하면서 '외화 이상 거래' 사건은 신한은행으로, 또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도 서울과 경기 두 지점에서 1조3000억원대의 외화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송금 목적지는 중국과 일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참고 자료'를 받아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국제범죄수사부는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 수사를 전문으로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참고 자료를 보낸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사출신의 이복현 금감원장이 부임한 후 금감원과 검찰이 부쩍 가까워졌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다시 설치되면서 두 기관의 공조가 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14개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감원과 검찰 외에 경찰과 관세청도 해당사건에 인력을 투입했다. 이상외환거래가 표면적으로는 경상거래로 위장돼 있어서다. A사 등은 귀금속 거래대금 등의 명목으로 중국에 외화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관세청은 해당 사안이 수출 거래로 위장됐지만 사실상 백투백 마켓에서 이뤄진 불법외환거래라는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외화송금과 가상자산 거래의 복합물이라고 본다. 거래 일부가 국가간 가상화폐 차익거래와 관련됐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이용한 환치기가 이뤄졌다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고, 이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다음 이를 팔아 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해 대규모의 차익을 거뒀고, 이를 중국에 다시 보내는 과정에서 실체가 발각됐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불법송금과 자금세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본부세관에서는 지난해 7월 3개월 간의 기획조사를 통해 1조7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처럼 무역대금으로 가장한 외환 송금도 있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송금 액수의 규모가 커 조직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외국환거래 관련 규정 등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이상 거래를 FIU 등에 제때 보고했는지가 책임문제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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