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를 운영하는 황승용씨(36세)는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찐터뷰'와 첫 인사를 나눈 뒤 소파에 앉으며 이같이 말했다. 멋쩍게 미소지으면서다.
플로깅(혹은 줍깅)은 조깅을 하듯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한다. 황씨의 본캐는 한 회사의 '대리'이고, 부캐는 '와이퍼스'의 대표이다.
인터뷰는 오후 6시. 황씨는 곧바로 또 야근을 하러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적극적인 플로깅 활동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지만,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에게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부캐'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를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어려워도 꿋꿋하게 이 '이중생활'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사람도 환경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환경 관련 사단법인 이사장이 쓰레기를 줍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데 직장인이 환경 활동을 한다고 그러면 좀 만만해 보이지 않나요?"
"저는 플로깅이 저에게 도움이 되니까 하고 있습니다. 몸도 더 건강해졌고요, 살도 빠졌죠.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저 개인에게 합리적으로, 이기적으로 살았던 거죠. 그런데 그게 지구도 깨끗해지는 길이었던 거에요."
"환경이랑 전혀 관련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한 직장인이 플로깅 단체의 장을 맡아서 하고 있으면, 보통 사람들도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런 허들을 좀 낮추고 싶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거에요. 회사를 다니며 계속 하고 싶어요."
황승용씨의 이런 바람은 작은 결실을 맺고 있다.
와이퍼스 멤버는 현재 580명 정도로 늘어났다. 부산지부가 아예 100명 규모로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와이퍼스 외에도 플로깅 커뮤니티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플로깅은 이제 정부 기관이나 기업에서 가장 자주하는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가 됐다.
그가 플로깅 활동에 대해 강조한 것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나'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한다는 것. 다른 또 하나는 결국에는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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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이기심' 많아지면 세상 바뀔것━
이어 "일상은 일상대로 살면서, 조금 덜 쓰면서, 할 수 있는 것만 조금 하자는 것"이라며 "어쨌든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게 돼 있는 리사이클링 소재를 '소비'하는 방식보다,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국들이, 대기업들이 변하지 않는데 작은 개인이 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해보고 그냥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짜 뭔가를 해보긴 해봤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환경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현명한 이기심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본다. 그냥 한번 순수하게 접근해서 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플로깅'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황씨는 "조깅을 하거나 걸을 때 쓰레기가 보이면 그냥 하나씩 주워가자는 취지다. 정말로 뛰면서 쓰레기를 많이 주워야 한다는 게 아니다"며 "그냥 본인이 자주 가는 산책길이나 사랑하는 공간에 쓰레기가 있으면, 그걸 외면하지 말고 주워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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