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 '비상사태' 선언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2.07.25 05:00

WHO, 참석위원 60% 반대에도 '최고 수준 경계'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위원회 위원들의 반대에도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비상사태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으로, 각 회원국을 대상으로 출입국 제한 등의 국제적 보건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원숭이두창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언은 2020년 1월 코로나19 이후 2년 6개월여 만으로 역대 7번째다.

WHO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세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으나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감염자가 급증하자 입장을 바꿨다. 특히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에서 전원 찬성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례적으로 선언을 강행했다. 지난 21일 회의 참석 위원 15명 중 60%인 9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의 전염력과 치명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감염 경로와 속도가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국가로 퍼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발전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WHO의 늦장 대응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원숭이두창은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한 감염 확률이 낮지만 최근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발병 시 발열·두통·근육통·오한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발진 증상을 보인다. 치명률은 3~6%다.

WHO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아프리카 이외 지역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이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75개 국가에서 1만6016건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대륙별로는 유럽의 감염자 수가 1만1865명으로 가장 많다.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속도는 '보통 수준'이지만, 유럽에서는 '위험 수준'이라고 WHO는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발병 사례가 남성과 남성 등 동성 간 성관계에서 주로 보고됨에 따라 "원숭이두창이 새로운 성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원숭이두창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특히 여러 성관계 파트너를 가진 남성에게 집중된 전염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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