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인사를 건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75일 만에 김 실장이 처음 대통령실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을 한 것이다. 김 실장의 첫 마디는 그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세 등 위기 상황에도 비서실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김 실장의 등장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당초 최영범 홍보수석의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는데 김 실장이 동행한 것이다. 대통령실 수석들이 최근 부쩍 대언론 접촉을 늘리는 가운데 비서실장이 전격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언론·국회와의 소통 강화를 주문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협상 타결 등 현안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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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앞 처음 선 김대기 비서실장 "수석들 열심히 나올 것"━
김 실장은 "그동안 비서실에서 아마 기자실에 자주 못 왔을 것이다. 처음 셋업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다음주부터는 우리 수석들도 열심히 좀 나와서 여러분과 소통하고 꼭 기삿거리가 아니더라도 백(뒷) 이야기들 많이 하라고 했다. 그게 대통령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스스로 스피커가 되기보다 윤 대통령을 위한 '백라이트'가 되겠다는 기존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실장은 "똑같은 TV 화면이라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보다는 LCD(액정표시장치)가 낫다는 생각"이라며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발광해 빛을 일으키는 데 비해 LCD는 백라이트가 있어 비춰주는 역할이다.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발광해 모양이 이쁘지만 번짐 효과(번인)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서실장은 백라이트 역할이 맞지 않나. 물론 장관들은 발광체가 돼야 한다"며 "그래도 가끔 오늘처럼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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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경제가 핵심…갈라진 민심, 다듬어져야"━
김 실장은 국회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협치를 이끌어낼 복안을 묻자 "9년 만에 국정에 다시 돌아오니 9년 전보다 지금 정치상황이 사나워졌다고 할까 거칠어졌다"며 "서로 협조하기보다는 투쟁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환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날 때 우리끼리 싸우면 파탄이 난다. 임진왜란 때도 그렇고, 갈라진 민심은 다듬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국회와 소통하고 발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라는 말이 있었다"며 "연금·노동·교육개혁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못 하니 행정부 사무실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회서 세미나도 많이 열고 전문가도 많이 만나고 소통하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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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파업, 법·원칙 지켰다…총경회의, 부적절"━
김 실장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총경급 경찰서장들이 회의를 개최한 데 대해선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공무원을 35년 하고, 과거 경험으로 봐서도 그건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며 "대한민국에 힘이 아주 센 청, 부처보다 힘이 센 청이 3개가 있는데 검찰청과 경찰청, 국세청"이라며 "검찰청은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고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세제실이 있는데 경찰만 없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왜 없었느냐, 민정수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민정수석이 없다"며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해서 힘이 아주 세지는데, 3개 청 중에 힘이 가장 세질지도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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