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학생들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표정은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20~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공립 시각장애인 학교 '에스엘베 뻠비나 띵깟 나시오날 자카르타(SLB PEMBINA TINGKAT NASIONAL JAKARTA)'에서 난생처음 마주한 오파테크의 점자학습기 '탭틸로(Taptilo)' 때문이다.
점자를 쓰기 위한 일종의 틀인 '점판'을 대고 '점필'로 종이를 꾹꾹 눌러야 했던 그간의 점자 교육은 느리고 지루한 데다 고사리손의 어린이들은 아픔마저 견뎌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중도 포기하는 이유다.
소셜 스타트업 오파테크는 어려운 교육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작은 블루투스 키보드 모양의 탭틸로는 점자의 모양(점형)을 만지고 직접 점자를 눌러 쓰는 법까지 익힐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학습할 단어 또는 문장을 음성으로 안내한 뒤 학습자가 정확하게 누를 때 "정답"이라 알려주고, 시각장애인이 홀로 이용할 수 있는 원격수업 기능까지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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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포기' 넘쳐나는 점자 학습…오파테크·민팃·SKT, 어떻게 바꿨나━
해외 '보조공학박람회' 등에서 탭틸로의 경쟁력을 확인한 오파테크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주목했다. 선진국 대비 낙후된 의료환경 탓에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더 많지만, 오히려 점자를 배울 기회는 적기 때문이다. 이에 소셜 벤처·스타트업 기술을 ODA(공적개발원조)에 적용하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을 발판으로, 올 연말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탭틸로 보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도네시아의 시각장애인 인구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40%가 10대 청소년인 탓에 점자 교육 수요가 높은 점을 고려했다.
특히 SK텔레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임팩트업스'의 멤버사로 오파테크와 인연을 이어왔고, 이번 인도네시아 협력에서도 민팃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SK의 ESG 비전이 소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해외까지 확장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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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명 인니 시각장애 학생 수혜…ESG '글로벌 확장' 새 모델로━
워크숍에 참석한 교사 쭈쭈씨는 "알파벳부터 숫자, 기호, 약자 등을 차례로 학습할 수 있어 점자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면서 "몇몇 학생들은 공부를 꺼리는데, 그런 아이들도 탭틸로를 이용하면 즐겁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 학생 안디도 "매우 좋다, 자꾸 공부하고 싶다. 점자 수업이 기대된다"는 소감을 연거푸 쏟아냈다. 이튿날 전달식에 참석한 스리 레스따리 교장은 "탭틸로를 활용한 교육에 큰 신뢰감을 느끼게 됐다"며 "시대적 흐름에 맞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에 대해 박용주 SK텔레콤 ESG 담당은 "SK텔레콤이 그간 국내에서 잘 쌓아온 ESG의 철학과 가치를 해외로 확장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국내 ESG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것은 물론 ESG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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