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점자 문맹' 극복…소셜벤처·SK패밀리 '글로벌 ESG' 동행

머니투데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변휘 기자 | 2022.07.25 05:55

소셜벤처 오파테크, 민팃·SKT와 인니 시각장애인 학교에 '점자학습기' 지원
시각장애인 400만명 "40%가 10대"…인니 시험무대로 개도국 진출 확대

인도네시아 공립학교(SLB A PEMBINA TINGKAT NASIONAL) 학생이 오파테크의 탭틸로 점자학습기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변휘 기자
"스망앗 야(semangat ya, 화이팅),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100여명 학생들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표정은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20~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공립 시각장애인 학교 '에스엘베 뻠비나 띵깟 나시오날 자카르타(SLB PEMBINA TINGKAT NASIONAL JAKARTA)'에서 난생처음 마주한 오파테크의 점자학습기 '탭틸로(Taptilo)' 때문이다.

점자를 쓰기 위한 일종의 틀인 '점판'을 대고 '점필'로 종이를 꾹꾹 눌러야 했던 그간의 점자 교육은 느리고 지루한 데다 고사리손의 어린이들은 아픔마저 견뎌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중도 포기하는 이유다.

소셜 스타트업 오파테크는 어려운 교육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작은 블루투스 키보드 모양의 탭틸로는 점자의 모양(점형)을 만지고 직접 점자를 눌러 쓰는 법까지 익힐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학습할 단어 또는 문장을 음성으로 안내한 뒤 학습자가 정확하게 누를 때 "정답"이라 알려주고, 시각장애인이 홀로 이용할 수 있는 원격수업 기능까지 탑재했다.


'중도 포기' 넘쳐나는 점자 학습…오파테크·민팃·SKT, 어떻게 바꿨나



해외 '보조공학박람회' 등에서 탭틸로의 경쟁력을 확인한 오파테크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주목했다. 선진국 대비 낙후된 의료환경 탓에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더 많지만, 오히려 점자를 배울 기회는 적기 때문이다. 이에 소셜 벤처·스타트업 기술을 ODA(공적개발원조)에 적용하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을 발판으로, 올 연말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탭틸로 보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도네시아의 시각장애인 인구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40%가 10대 청소년인 탓에 점자 교육 수요가 높은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탭틸로 1대당 150만원 정도의 가격은 개도국 소비자들에겐 높은 문턱이었다. 이에 오파테크는 하드웨어를 단순화하고, 기능 및 프로세싱을 모두 스마트폰에 맡겨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탭틸로K'를 개발했다. SK 그룹사도 조력자로 나섰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인 '민팃'은 탭틸로K와 연동할 중고 스마트폰(갤럭시A 시리즈·안드로이드10·LTE 이상)을 제공하며, SK텔레콤은 영어·한국어 음성을 동시에 지원하는 AI(인공지능) 스피커 NUGU(누구)를 보급해 한층 원활한 점자 학습을 돕는다.

특히 SK텔레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임팩트업스'의 멤버사로 오파테크와 인연을 이어왔고, 이번 인도네시아 협력에서도 민팃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SK의 ESG 비전이 소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해외까지 확장된 셈이다.



130명 인니 시각장애 학생 수혜…ESG '글로벌 확장' 새 모델로


이번 지원으로 약 130명의 시각장애 학생들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점자 교육을 경험하게 됐다. 이를 위해 3사 실무진은 20일 자카르타 현지를 방문해 교사들이 탭틸로 등을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열고, 21일 기기 전달식을 차례로 진행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교사 쭈쭈씨는 "알파벳부터 숫자, 기호, 약자 등을 차례로 학습할 수 있어 점자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면서 "몇몇 학생들은 공부를 꺼리는데, 그런 아이들도 탭틸로를 이용하면 즐겁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 학생 안디도 "매우 좋다, 자꾸 공부하고 싶다. 점자 수업이 기대된다"는 소감을 연거푸 쏟아냈다. 이튿날 전달식에 참석한 스리 레스따리 교장은 "탭틸로를 활용한 교육에 큰 신뢰감을 느끼게 됐다"며 "시대적 흐름에 맞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21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열린 탭틸로 점자학습기 솔루션 전달식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오빠테크
이에 이경황 오파테크 대표는 "전세계 3억명 규모의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고 쓰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며 "(학교에서) 개선할 점을 알려 주면 더 많은 인도네시아, 또 세계 친구들이 잘 이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실제로 오파테크와 SK네트웍스, SK텔레콤은 앞으로 6개월 간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교사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이용 경험을 서비스 개선의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에 대해 박용주 SK텔레콤 ESG 담당은 "SK텔레콤이 그간 국내에서 잘 쌓아온 ESG의 철학과 가치를 해외로 확장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국내 ESG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것은 물론 ESG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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