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블리 대포차' 경찰서 밤샘 대치극…유튜브 생중계, 무슨일? [르포]

머니투데이 성남=유동주 기자 | 2022.07.22 07:26

20일 저녁 '발견'부터 22일 새벽 '밤샘 대치' 사건으로 이어진 '기블리 대포차' 명의 피해자 찾아주기…2만명 생방송 시청한 유명 유튜버와 변호사 vs. 대포차 업자 대치 상황… 새벽 성남수정경찰서 앞마당 주차장에 수십명 모여들어 밤새우며 대치 상황 지켜봐

유튜버 카라큘라(왼편)와 천호성 변호사(오른편)/사진=카라큘라 채널

22일 새벽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 주차장은 주차 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차량이 몰려 들었다. 자동차 유튜버 '카라큘라'와 '임마뉴엘' 그리고 '빡친변호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천호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가 대포차 사기 피해자에게 차량을 되찾아주는 장면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모여든 구독자들이었다.

이날 사건은 지난 20일 저녁 '사모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일명 '대포차 찾기 전문가'가 경남 마산에서 피해자인 20대 남성 A씨 명의인 대포차 검정색 마세라티 기블리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피해자 A씨와 동행해 오랜 잠복과 추적 끝에 마산 유흥가에서 차량을 찾은 사모님 일행은 21일 새벽 견인차량을 이용해 경기 성남으로 이동했다.




꼬박 2박3일 걸린 '기블리 대포차' 명의 피해자에게 되찾아주기…GPS보고 따라 온 대포차 업자와 밤샘 대치



쉽게 끝날 줄 알았던 피해자 명의 차량 찾기는 예상외의 난관에 부딪혔다. 기블리에 부착해놓았던 GPS추적장치를 통해 차량이 이동 중인 걸 눈치챈 대포차 업자 50대 B씨가 몰래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대포차로 팔린 피해자 A씨 소유의 기블리에 심어져 있던 GPS장치/사진=유동주 기자

중고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GPS를 고가의 차량에 심어 놓는 것은 업계 관행이다. 특히 대포차로 매매되는 차량은 사고파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차량이 누군가에 의해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 대부분 GPS를 붙여 놓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량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작업 중이던 사모님 일행의 위치를 GPS로 파악한 B씨는 현장에 나타나 자신에게 차량에 대한 '점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를 속여 전액할부로 구매하게 한 뒤, 출고 즉시 차량을 팔아넘긴 사기전과자 임모씨에게 돈을 주고 담보로 기블리를 받아 보관했다는 게 업자 B씨의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포차 거래는 정상 차량처럼 자동차 등록원부에 등록하는 방식의 매매가 안 되기 때문에 차량을 담보로 맡겨 대출을 한 것처럼 외관을 꾸민다. B씨는 전손 처리가 됐던 기블리를 수리한 비용과 대출금액을 합하면 약 3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차량을 담보로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했으니 법원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게 B씨 주장이었다.

피해자 A씨는 B씨를 처음 본 사이였고, 돈을 빌린 적도 없지만 B씨는 사기범 임씨를 통해 A씨에게 대출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대포차로 팔린 마세라티 기블리 앞을 가로 막고 앉아 있는 대포차 업자 B씨와 대화 중인 유튜버 임마뉴엘(오른편)/사진= 카라큘라 유튜브 채널




급전 대출이나 렌트카 수익 미끼로 고가의 수입차를 '전액 할부'로 구매하게 한 뒤 차 빼돌리는 '개인 렌트카 대포차 사기'


현재 구속돼 있는 임씨는 목사의 아들로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다. 대출을 받아 고급 중고 수입차를 사면, 한두 달 내에 차량을 비싸게 되팔거나 렌트카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남겨 주겠다고 속여 아버지 교회 신도 등 피해자 30여명에게 약 60억원을 갈취한 인물이다.

A씨를 비롯해 임씨에게 사기당한 30여명은 대부분 임씨의 아버지인 임모 목사의 신학교 동기 목회자들이거나 교인들이었다.

전과 5범이었던 임씨는 교회 지인이었던 피해자 A씨도 같은 방식으로 속여 1억원이 넘는 마세라티 기블리를 할부로 구매하게 한 뒤, 출고된 차를 바로받아 팔아 넘겼다. 임씨의 사기방식은 최근 몇년간 유행하고 있는 '개인 렌트카'를 가장한 '대포차 사기'다.

'개인 렌트카'라는 그럴듯한 말로 피해자들을 속여 고가의 차를 할부로 사게 한 뒤, 차를 넘겨받으면 대포차로 업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넘겨 목돈을 챙기는 사기 방식이다.

일단 업자에게 차가 넘어가면 사기꾼에게 속아 차 구매에 명의를 빌려 준 피해자는, 자신의 명의로 된 차를 평생 보지도 못한 채 고액의 할부금을 매달 갚아야 하는 처지에 빠진다. 대포차를 사서 운행하는 사람이 교통법규를 어겨 날아오는 과태료 고지서도 차 명의자인 피해자 몫이 된다. 그런 이유로 대개 남의 명의로 된 대포차를 운행하는 이들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도로 위 무법자가 되기 쉽다.

대포차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대포차 사기'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씨 역시 채무를 한번에 갚아주겠다는 임씨 사기 수법에 속아 기블리 할부금 190만원과 대출금 80만원, 총 270만원을 매달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대행으로 월 200만원 정도를 버는 A씨는 매달 마이너스 생활을 해야했다. 수면제를 사서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한 A씨를 천 변호사 등이 말릴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


가족도 없이 혼자인 A씨 사정을 딱하게 여긴 사모님 도움으로 차량을 되찾아 오는 상황에서 예상못한 B씨가 등장했던 것이다.

유튜버 카라큘라(왼편)와 임마뉴엘(오른편)/사진=카라큘라 채널


GPS로 쫓아온 대포차 업자, 피해자 명의 차량인 기블리 앞에 드러 누운 뒤 "차 못 내준다"



B씨는 성남 위례신도시에 있던 피해자 A씨와 사모님 일행 앞에 나타나 기블리 앞에 드러 눕더니 "내 돈을 내놓지 않으면 차를 움직이지 못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112신고를 10여차례 반복해 경찰을 불렀지만 출동한 경찰들은 "대포차는 민사사건이라 개입하지 못한다"며 그대로 돌아가기를 계속했다.

결국 21일 정오쯤부터 업자 B씨와 차량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된 피해자 A씨와 사모님 일행은 유튜버 임마뉴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임마뉴엘은 차량매매업이 본업이지만 대포차 찾기나 렌트카 사기범 추적을 전문 콘텐츠로 하는 유명 유튜버이기도 하다.

임마뉴엘이 현장에 도착한 21일 오후부터 B씨와 더 격렬한 실랑이가 계속됐다. 하지만, 금방 해결되지 않자 유튜버 카라큘라와 천호성 변호사가 피해자 A씨 일행을 지원하기 위해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찰은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주진 않았지만, 차량을 성남 수정경찰서 경내로 옮겨 양측 충돌을 막길 권했다. 업자 B씨도 자신의 직원들을 비롯해 지인들을 불러 피해자 A씨 일행을 위협하려는 듯한 상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1일 밤 카라큘라가 유튜브 채널로 생방송을 시작하자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경찰서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약 50여명이 방송이 시작한지 1시간도 안 된 사이에 집결해, 대포차 업자 B씨와 사기 피해자 A씨 그리고 유튜버 카라큘라·임마뉴엘과 천 변호사의 대치 과정을 지켜봤다. 자정이 넘어 22일 새벽으로 이어졌지만 카라큘라 생방송 동시 접속자도 약 2만여명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사건이었다.

대포차로 둔갑해 있던 기블리가 성남수정경찰서 경내에 주차돼 있다. 번호판은 21일 오후 구청 직원들이 체납을 이유로 영치해갔다./사진= 유동주 기자

수정경찰서 앞마당 주차장 주변에 수십명이 모여 소란이 몇시간동안 지속됐지만 경찰들은 대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모여든 구독자들을 경찰서 밖으로 해산시키려는 과정에서 유튜브 생방송에 경찰 본인 얼굴이 나가게 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포차 찾은 지 31시간, 극렬 대치 상황 15시간 지속된 뒤에야 경찰서 앞마당에 '임시 보관' 하기로 합의



대치 상황은 오전 3시에 가까운 시각, 모여든 시청자들을 경찰서 밖으로 내보내는 조건으로 경찰이 임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 변호사에게 전달하면서 일부 해소됐다. 천 변호사의 설명으로 군중들이 경찰서 정문 밖으로 이동한 뒤에야, 경찰은 피해자 A씨와 대포차 업자 B씨 사이를 중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장경태 의원실 보좌진도 사태 해결과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한 현장 확인을 위해 새벽 2시경 도착해 중재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기블리에 대한 소유권과 점유권을 각각 주장하는 양측 동의를 얻어 차량 앞을 순찰차로 막아 이동을 못하게 한 뒤, 경찰서 경내에 차량 자체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놓는 방법으로 이날 소동을 마무리했다.

대포차로 이용되던 기블리를 순찰차로 막아 수정경찰서 경내에서 이동을 금지시킨 모습/사진= 유동주 기자

오전 3시 이후엔 A씨와 B씨 그리고 천 변호사가 인근 지구대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다. 오전 5시에 가까운 시각, 경찰은 양측 동의 하에 지구대에서 '압수품'접수 절차를 위한 서류 작업을 마쳤다. 기블리가 경찰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경찰 손에 있게 된 것이다.

사모님 일행이 경남 마산에서 기블리를 찾은 시점 기준으로는 31시간, 임마뉴엘이 합류한 시점부터는 15시간이나 대치 상황이 계속된 뒤였다.

카라큘라는 방송을 통해 "이런 사건에서 대포차는 한 번 놓치면 영원히 볼 수 없게 되고 또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넘어가거나 해외로 불법 수출돼 버린다"며 "대포차 전문 업자 B씨가 잡아 놓고 있는 나머지 대포 차량에 대해서도 사기를 당한 명의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천 변호사는 "경찰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줘야 하는데 소극적인 업무처리 방식이 아쉽다"며 "대포차가 눈 앞에 있어도 경찰은 현행 법령으로 가능한 형사적 수단을 동원해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법률을 국회에서 개정해 경찰이 더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경찰의 대포차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안 돼 있는데 실효성 있게 개정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블리 대포차를 두고 대치가 계속 되던 중 오전 3시경 양측 동의를 받아 성남수정경찰서 경찰들이 순찰차로 기블리 앞을 막고 있다/사진=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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