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애는 가라! 리얼 연애 예능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2.07.21 10:14

내 연애만큼 꿀잼인 남의 연애 엿보는 쾌감

사진출처=각 방송사


‘돌싱글즈3’ ‘환승연애2’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남의 연애’ ‘체인지 데이즈2’ ‘나대지마 심장아’ ‘다시, 첫사랑’ ‘메리퀴어’….


최근 방송을 시작했거나 방송을 예고하고 있는 이른바 ‘연애 리얼리티’ 예능들의 이름이다. MBN ‘돌싱글즈’의 세 번째 시즌 소식을 비롯해 티빙 ‘환승연애’의 두 번째 시즌 소식에서 알 수 있듯 시즌제로의 연착륙에도 성공했다. ‘각자의 본능대로’ ‘솔로지옥2’ ‘비밀남녀’ ‘사내연애’ ‘연애는 직진’ 등 곧 선보일 프로그램들 역시 방송사를 따로 거명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쏟아진다. 이 정도면 가히 ‘연애 예능 전성시대’를 넘어 ‘연애 예능 홍수시대’로 불러도 괜찮을 정도다.


그 장르 역시 다채롭다. ‘나는 SOLO’ ‘솔로지옥’ 정도가 미혼남녀가 짝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정석 정도로 여겨질 뿐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조금씩 다 변주를 넣었다. ‘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 등은 권태기에 빠진 커플이 다른 이성을 만나 흔들리는 과정을 담았고,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다시, 첫사랑’ ‘비밀남녀’ 등은 사랑에 실패한 이들이 다시 만나거나 다른 이성을 만나 설렘을 느끼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대지마 심장아’ ‘각자의 본능대로’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감정을 가누는 출연자들이 나오고, ‘남의 연애’ ‘메리퀴어’ 등은 성소수자들의 연애를 다룬다. 기존 이혼예능, 재혼예능 등과 묶으면 ‘연애 리얼리티’의 범주를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 그 영역은 광범위해지고 있다.


‘연애 리얼리티’가 봇물을 이루는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이들 예능이 ‘잘 되기’ 때문이다. ENA와 SBS PLUS에서 방송하는 ‘나는 SOLO’는 지난해 TV 화제성 지수에서 비드라마 검색반응 2위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TOP 10 콘텐츠’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MBN ‘돌싱글즈3’ 역시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로 3.7% 정도를 기록하며 매번 수치가 오른다. 여기에 단순히 시청률로 계산하기 힘든 화제성 그리고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 파생효과는 수치로 일일이 추산하기 힘들 정도다.


사진출처='환승연애2' 방송영상화면 캡처


이렇게 되니 그동안 웹 콘텐츠 또는 케이블 전용 콘텐츠라는 입지를 갖고 있던 ‘연애 리얼리티’에 대해 지상파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는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 중이다. SBS도 다음 달 3일 ‘연애는 직진’을 편성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연애 리얼리티’ 예능에 있어서만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무한경쟁의 체제가 시작된 셈이다.


‘연애 리얼리티’ 예능의 번성은 가성비를 따지는 방송가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그 과정과 성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일단 이러한 장르의 프로그램에서는 스타 캐스팅이 필요 없다. 대중이 잘 모르는, 평범한 남녀가 출연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캐스팅에서 신선함과 몰입도가 커진다. 이들의 캐스팅은 스타가 등장하는 예능에 비해 출연료가 적게 산정되고 제작진은 남는 비용을 장소섭외나 미장센에 투입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하는 이들의 열기도 다르다. 과거 SBS ‘짝’의 경우 TV에 나오는 일을 두려워하는 출연신청자들 때문에 한 회 출연자를 꾸리기 힘든 경우가 실제로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들은 자신의 일상이나 내밀한 감정이 TV 전파를 타는 일을 상대적으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좋은 외모와 분위기를 갖고 있는 출연자들이 인플루언서 등 스스로를 홍보하고 싶어하는 직군에 있는 경우도 많기에 상대적으로 섭외가 수월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연애 리얼리티’가 번성하는 외부적이고 단편적인 원인일 뿐이다. 그 안에는 좀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좀 더 진짜의, 좀 더 날 것의 감정을 원하는 대중들의 심리다.


사진출처='돌싱글즈3' 방송화면 캡처


평범한 남녀가 나와 연애를 하는 프로그램의 역사도 꽤 오래됐다. 기원을 따지자면 1994년 MBC에서 방송됐던 ‘사랑의 스튜디오’ 정도다. 이후 이러한 장르는 발전과 심화를 거듭했다. 2000년대에는 연예인들이 나와 가상연애, 유사 소개팅을 하며 대중의 심리를 반영했고, 2011년 SBS에서 방송된 ‘짝’은 이러한 흐름에 비연예인 출연자를 등장시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실감을 얻었다.


그 다음부터가 이러한 흐름이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더 이상 연예인이나 방송에 능숙한 사람이 나와 연애를 ‘하는 척’ 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좀 더 살아있는 감정, 진짜인 표정을 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망은 이미 다양한 관찰예능을 통해 투영됐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사람의 감정, 그 끝에는 애정이 있다. 첫사랑의 아련함,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 더구나 이러한 감정이 발전돼 결혼이 성사되거나 무산되면 사람의 감정은 더욱 요동친다.


방송은 이러한 진짜 감정을 찾아 비연예인들의 연애에 매달리는 것이다. 단순히 짝을 만나는 설렘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첫 사랑과의 재회, 헤어진 연인의 재회, 남자사람이나 여자사람친구와의 설렘 등 다른 상황을 준다. 소재는 넓어져 이제 성적으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의 기호도 반영한다.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사랑은 삶의 최대 청량제이자 강장제”라고 했다. 온 몸과 정신이 피곤한 현대인들은 방송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최대 청량제이자 강장제를 연이어 들이키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베스트 클릭

  1. 1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커피 하루 2~3잔 여성의 몸에서 생긴 변화…남자는? '글쎄'
  4. 4 쓰레기만 든 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5. 5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