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직격탄' 철강…수요 줄고 中 저가재고 쌓이고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 2022.07.19 16:46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실적 잔치를 이어오던 철강업계에 하반기부터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국제 경기 침체 여파로 철강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 저가 재고가 쌓이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열연 가격은 20개월 만에 600달러대 밑으로 내려갔다. 열연은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철강재다. 지난달 중순 톤당 621달러였던 중국 열연 내수가격은 지난주 522달러로 한 달만에 약 16% 떨어졌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우려에 더해 건설·부동산 시장 수요까지 둔화되면서 재고까지 쌓이는 상황이다.

중국강철공업협회(CISA)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중국 제철소들의 재고는 2052만32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8%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000만 톤을 넘은 것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지난 5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상 세 번째로 많은 조강(쇳물)을 생산했다. 코로나 봉쇄조치가 풀린 후에도 건설·부동산 시장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면서 재고가 쌓였다.

중국의 저가 재고가 유입되면 국내 철강업계에 치명적이다. 5월까지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도 지난달부터 가격을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중국 철강재 가격과 차이가 크다. 포스코는 지난달 열연 유통가격을 톤당 5만원 인하한 데 이어 이달에도 5만원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달 가격을 동결했던 현대제철은 이달 열연과 냉연을 각각 톤당 12만원, 7만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철강사들이 가격을 조정했지만, 시중 유통가격은 여전히 중국 철강재와 차이가 크다. 열연은 톤당 110만원대, 냉연은 12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열연 수출 오퍼가격이 톤당 600달러(약 78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톤당 약 30만원 정도 차이가 벌어진다.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열연 수출 가격도 600달러 밑으로 떨어져 저가 수입 철강재와 가격 격차가 커졌다. 고객사들도 구매를 미루고 가격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아직 저가 수입 철강재가 국내에 많이 유입되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가격을 지지해주던 명분도 약해진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톤당 230달러까지 치솟자 가격 인상분을 열연·후판 제품 등에 반영했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 역시 지난 3월 톤당 662달러를 기록한 후 현재 230달러 수준으로 대폭 떨어졌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철강업계의 수요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구매 등 비용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상반기 약 4조35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하반기(3, 4분기)엔 3조5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도 상반기 약 1조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되지만, 하반기엔 1조1000억원대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21%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재고가 유입되면 국내 철강사들도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제품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는 상반기만큼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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