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권 바뀌어도 '규제공화국' 그대로인 이유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22.07.19 10:28
규제개혁은 과거 대부분의 정부가 부르짖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성공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 역시 과감한 규제개혁을 약속했으나 공허한 외침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규제개혁 실패를 예상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크게 한 가지로 집약된다. 바로 '공무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공무원의 복지부동(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태도)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바뀌었지만 공무원 조직은 그대로이고, 윗선에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해도 실무가 움직이지 않으면 별다른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사례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규제샌드박스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처럼 크게 쟁점이 없는 분야에선 성과를 냈지만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엉킨 복잡한 규제 문제에서는 오히려 '모래주머니'가 됐다는 게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반응이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A사는 2년이 넘도록 규제가 풀리지 않자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방향을 틀었다. 쌓인 빚은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B사도 전혀 수익성이 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을 승인받았고 결국 1년 뒤 폐업했다.

이들의 사업모델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3개 부처가 얽혀 있었다. 규제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행안부의 반대가 심했고, 지지부진하는 동안 담당 공무원도 바뀌면서 논의는 항상 원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굳이 규제개선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본래 주어진 업무가 아닌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일인데다가 규제개선을 한다고 해도 딱히 인센티브가 없다. 조금만 버티면 순환근무에 따라 보직도 교체된다.

윤석열정부로 바뀌었다고 공무원들의 태도가 달라질까. 공무원들은 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다. 소신껏 일해서 발생하는 리스크 보다는 퇴직 때까지 적당히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적극행정이 가능한 구조로 공무원들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부르짖어도 공직사회에 복지부동이 만연한 상태라면 손뼉은 마주치지 못해 어떠한 박수 소리도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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