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도시락 플렉스, 커피는 탕비실…짠 내 나는 MZ 일상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2.07.19 05:00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2030 직장인 사이에서 하루 지출을 극단으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들이 간편도시락을 고르는 모습. / 사진=뉴스1
#직장인 성정은씨(28)가 하루에 지출하는 돈은 3000원 남짓이다. 점심은 팀원들과 법인카드로 해결한다. 법인카드 사용이 여의치 않을 때는 회사 탕비실에 있는 컵밥과 컵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그러니 나가는 돈이라고는 교통비밖에 없다. 주말에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던 습관을 버리고 요리를 직접 해 먹는다.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이른바 '무지출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성씨는 "막 입사했을 때는 커피와 식사 값으로 하루에 나가는 돈이 3만원을 넘기도 했다"며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쓰는 걸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2030 직장인 사이에서 하루 지출을 극단으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성씨도 그중 한 명이다. 올해 들어 주식·코인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는 상황에서 마련한 자구책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9.0로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래 최고치다.

이에 따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무지출',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재테크)' 인증샷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지출 생활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일상 영상 기록물) 영상도 인기를 끈다. '반지하 독거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라는 유튜브 영상은 18일 현재 34만회 시청을 기록했다.

직장인 강모씨(26)도 '무지출 챌린지' 기록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매주 소비 내용을 공개한다. 그는 한달에 열흘 이상 '무지출'을 하는 것이 목표다. 강씨는 응원의 댓글을 남기고 지출이 너무 많이 나왔을 경우에는 어떻게 줄이면 좋을지를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강씨는 "서른 살까지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금액이 있어 이를 위해 무지출 챌린지를 하고 있다"며 "주변에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잃은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돈을 모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도시락'도 등장했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27)는 지난 4월부터 출근할 때 도시락을 챙긴다. 점심을 회사 안에서 해결하다 보니 식후 커피도 카페가 아닌 탕비실을 이용한다.

김씨는 "밥값이 너무 올라서 매일 점심에 커피값까지 하면 1만5000원이 훌쩍 넘는다"며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동료들이 많아져 같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런 '짠테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지출 축소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지출 챌린지와 같은 짠테크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과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물가까지 오름에 따라 청년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며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다. 특히 청년의 경우 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 보충할 수 있는 소득이 적기 때문에 더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봤을 때 수요(소비)가 계속해서 감소할 경우 경기가 수축할 수 있기때문에 물가가 더 오르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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