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었는데 '날벼락'…"우리 아파트 이름에서 나가주세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22.07.18 17:35
(광주=뉴스1) 송원영 기자 =사진은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7.14/뉴스1
#내년에 일반분양을 앞둔 A조합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파트 이름 때문에 연일 왈가왈부가 이어진다. 아파트명이 이미지 뿐 아니라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준공 이후에도 이어진다. 주변 호재를 반영하거나 트렌드에 따라 몇 번씩 바꾸기도 한다. 복수의 건설사가 지었지만 주민들의 선호에 따라 특정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가 빠진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눈속임으로 집값 띄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들보다 세련되고 특이한 '유일무이'한 이름 찾기에 나서면서 낯선 프랑스어, 이태리어, 라틴어 등 외국어로 지어진 한국 아파트 이름이 늘고 있다.


"집값 올리자" 준공 후에도 바뀌는 아파트 이름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는 지난 1일자로 '과천푸르지오라비엔오'로 변경됐다.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지은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하지만 약 9개월만에 금호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어울림'이 아파트 이름에서 빠졌다.

과천시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변경 요청이 있었다"면서 "서면으로는 입주민들의 5분의 4가 동의하면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름 변경 이유가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주변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닌 지 등을 지자체에서 검토한 후 승인을 내준다"고 덧붙였다.

길어서 불편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건설사의 브랜드명을 빼기를 원하는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원하면 (브랜드명이 빠져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공을 들여 수주하고 시공한 금호건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한데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품이 다른데 이름만 바꾼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향후에 집을 매수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브랜드만 보고 오해할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보면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안양과 의왕시에 불었던 '인덕원' 열풍도 비슷한 현상이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이 GTX-C 노선에 추가되고 역세권 복합개발 등 인덕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개발 기대감이 커지자 너도나도 '인덕원'을 추가했다. 하지만 인덕원역 주변 뿐 아니라 도보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까지 '인덕원'을 넣으면서 논란이 됐다.


'유일무이'한 이름을 찾아라…프랑스어·이태리어·라틴어·스페인어까지


세련되면서도 차별화된 이름을 찾다보니 영어 뿐 아니라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라틴어 또는 2개국어가 혼용된 이름들도 등장한다. 포스코건설이 최근에 내놓은 하이엔드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는 프랑스어 '오티'(HAUTE)와 '테르'(TERRE)가 결합된 단어다.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다.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단지명인 '래미안 원페를라'는 단 하나를 뜻하는 영어 '원'(One)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Perla)를 합친 이름이다. 유일한 보석이라는 의미다.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명인 '래미안 원펜타스' 역시 하나를 의미하는 영어 '원'과 숫자 5를 뜻하는 라틴어 '펜타스'(Pentas)의 합성어다. 합쳐서 숫자 15라는 의미와 펜타스라는 꽃이름을 따왔다. 펜타스는 삶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진 별모양의 꽃이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처럼 수주 경쟁이 치열한 사업지는 네이밍 차별화를 위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별도 선호도 설문 조사까지 진행한다"면서 "담당 직원들은 평소에도 어감과 뜻이 좋은 외국어들을 메모해두고 사업지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수주를 할 때 아파트 이름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 점점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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