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꾸미]10월에 날아올 디폴트옵션 통지서…모르면 노후 망친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2.07.16 09:15

이달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 시행됩니다. 잠자고 있던 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깨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데요. 그런데 도대체 디폴트옵션은 뭔지, 이걸 꼭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퇴직연금 DC형과 IRP가입자라면 당장 오는 10월에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라는 통지를 받게 될 텐데요. 디폴트옵션 현명하게 이용하는 꿀팁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업로드 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부꾸미'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DB형? DC형? 그게 뭔데?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요. DB형, DC형, IRP입니다.

DB(Defined Benifit)형은 확정급여형이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매년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고요. 근로자는 운용결과와 상관없이 퇴직 시점의 임금 수준에 따라 확정된 퇴직금을 받습니다.

DC형(Defined Contribution)은 확정기여형이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퇴직금(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납입하고요. 근로자는 이렇게 적립된 퇴직금을 펀드나 ETF,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투자한다는 게 DB형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

IRP(Individual Retire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인데요. 회사를 다니다보면 한 회사에서 은퇴할 때까지 평생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잘 없잖아요. 사정이 있어서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에도 퇴직연금이 끊기지 않고 계속 투자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 IRP입니다.

DB형은 회사가 확정된 퇴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딱히 신경 쓸 게 없습니다. 단지 내가 열심히 일해서 연봉을 올려서 퇴직 시점에 받는 월급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퇴직금도 올라가는 구조인거죠.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물가도 오르고, 대출 이자도 오르고 이것저것 막 오르는데 월급만 안 오르더라...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퇴직 시점에 확정된 퇴직금을 받는 건 좋지만 그 동안 물가가 엄청 올랐거나 부동산, 주식 같은 다른 자산 가치가 더 많이 올랐다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DC형은 내 퇴직금을 내가 원하는 대로 굴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손실 위험도 감수해야 하지만 퇴직금은 보통 10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이고, 또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이 우상향해 왔다는 걸 감안하면 그냥 묵혀두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수도 있겠죠.




디폴트옵션이란?



본격적으로 할 이야기는 퇴직연금 중에서도 DC형과 IRP에 관한 겁니다. 내 퇴직연금이 DC형에 가입돼 있다 하시는 분들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디폴트옵션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 동안 방치돼 왔던 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요.

디폴트옵션이란 기본값 혹은 기본 설정값이라고 하는데요. 컴퓨터를 하다보면 내가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았을 때 기본으로 설정된 값을 보고 디폴트옵션이라고 하죠.

퇴직금도 마찬가지로 디폴트옵션이라고 하면 내가 따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방식대로 금융회사가 알아서 적절한 금융상품에 퇴직금을 투자해 주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퇴직연금의 '기본 설정값' 인거죠.

왜 이런 제도가 도입됐느냐. 그건 그만큼 퇴직연금을 제대로 굴리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퇴직금 적립규모는 총 295조6000억원에 달합니다. 거의 매년 10% 이상씩 규모가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퇴직금을 납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연간수익률은 1~2%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유는 퇴직금 대부분이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 상품에만 투자돼 있기 때문인데요. 적립금 295조6000억 중에 86.4%인 255조4000억원이 예적금 상품입니다.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은 13.6%(40조2000억원)뿐이고요.

투자성향이 안정추구형이어서 원금보장 상품에 투자한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심이 없거나 잘 몰라서 방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DC형 가입자 중에 최근 1년 간 퇴직연금 운용지시를 한 번도 안했다는 사람들이 60%가 넘습니다. 심지어는 내 퇴직연금이 DC형인지 DB형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디폴트옵션, 왜 해야 할까?



퇴직연금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과 운용지시를 하는 것에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운용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은 6.42%로 무려 5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1%나 6%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년에 6%씩이라도 10년, 20년 꾸준히 투자하면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쌓이게 됩니다. 이걸 복리의 마법이라고 하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들은 일찍이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혜택을 받도록 했습니다. 미국 퇴직연금으로 유명한 게 401K가 있는데요.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디폴트옵션을 본격 도입합니다.

이후 퇴직연금에서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크게 올랐는데요. 현재 미국 퇴직연금의 98% 이상이 원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고요. 최근 10년 간 평균 수익률은 연 8.6%에 달합니다.

호주의 퇴직연금은 슈퍼애뉴에이션이라고 합니다. 2009년 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MySuper)를 도입했고 이후 10년간 슈퍼애뉴에이션의 수익률은 연평균 7.7%기록했습니다. 1~2% 수준인 우리나라와는 많이 차이가 나죠.





디폴트옵션,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하지?



우리나라도 이제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으니 1~2%에 머물러 있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미국이나 호주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요. 중요한 건 이제부터입니다.

퇴직연금 사업자, 즉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고용노동부의 심의를 받고 오는 10월쯤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디폴트옵션 상품들을 제시하게 될 겁니다. 가입자들은 제시된 금융상품 중에서 무조건 하나는 선택을 하셔야 하는데요.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고 6주 동안 아무런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으로 선택한 금융상품에 내 퇴직연금의 100%가 자동으로 투자됩니다. 만기가 돌아온 상품도 마찬가지고요.

기존에 운용지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건 방치해 둔 사람이건 할 거 없이 무조건 다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운용지시를 하고 있더라도 그 상품에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운용지시를 해야 하거든요. 이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전에 설정된 디폴트옵션대로 투자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디폴트옵션을 선택한다고 해서 내가 이미 운용지시를 하고 있는 상품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운용지시한 상품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만약 이 상품이 만기가 돌아왔는데도 이후에 추가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겁니다. 만기가 따로 없는 상품이라면 디폴트옵션과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가 되는 거고요.

현재 퇴직연금 규정은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퇴직금의 70%만 주식형 펀드로 하고 나머지 30%는 예적금 상품에 자동투자하도록 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 70%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요. 자동투자되고 있는 30%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됩니다. 만약 내가 디폴트옵션으로 위험도가 높은 주식형 펀드를 선택했다면 내 퇴직연금의 100%(기존 주식형 펀드 70%+디폴트옵션 주식형 펀드 30%)를 주식형으로 선택할 수가 있는 거죠.

고용부는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으로 크게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원리금 보장상품,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태이블밸류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입니다. 이 5가지를 적절히 섞은 포트폴리오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TDF는 가입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입니다. 예를 들어 가입자의 나이가 어리고 퇴직 시점이 멀다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은 적게 가져갑니다. 퇴직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은 줄이고 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거죠.

TDF 상품을 보면 TDF2030, TDF2040, TDF2050 이런 식으로 숫자가 나와 있는데 이 숫자는 은퇴시점을 의미합니다. 만약 내가 2040년쯤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TDF2040 상품에 가입하면 되는 거죠.

BF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상품인데요. TDF가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따라 비중을 조절한다면 BF는 시장 상황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자산배분을 하는 펀드입니다.

SVF는 원금보장형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서 변동성을 최소화한 펀드입니다. 부동산인프라펀드는 항만, 교량, 철도, 도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펀드) 같은 부동산인프라사업에 투자하는 펀드고요.

금융회사가 디폴트옵션을 제시할 때는 상품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요. 상품의 위험등급, 자산배분현황, 위험수익 구조, 손실가능성, 과거 수익률, 수수료, 예금자보호한도 등의 정보를 보고 상품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가입자에게 제시되는 디폴트옵션은 약 7~10가지입니다. 초고위험 상품을 제외하고 각 투자등급별(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로 2~3개씩 디폴트옵션이 제시될 예정입니다.

상품의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보니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이때는 본인의 투자성향이 어떤지, 은퇴시점은 언제인지, 은퇴이후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기 위해선 목표수익률을 얼마로 해야할지 등을 잘 따져보시고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은퇴시점이 많이 남은 사회초년생이라면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목표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시는 게 좋고요. 은퇴시점이 얼마 안 남았거나 원금손실이 너무 싫으신 분들은 원금 보장형 혹은 변동성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미국의 경우에는 디폴트옵션의 87.3%가 TDF로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은퇴시점에 따라서 알아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해준다는 점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 안 쓰면서도 어느정도 수익률을 높이길 원하는 분들은 TDF를 많이 선택한다고 하네요.




디폴트옵션 선택 안하면 손해인 이유



어떤 분들은 "내 퇴직금을 내 허락없이 금융회사가 맘대로 막 굴리는 게 싫다. 그래서 난 디폴트옵션이고 뭐고 선택 안 할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선택을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점 명심하셔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이제 DC형과 IRP에서 디폴트옵션은 의무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별다른 운용지시가 없으면 내 퇴직금이 정기 예적금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고, 이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같은 종류의 예적금 상품에 자동으로 재투자 됩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이렇게 예적금에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게 금지됩니다. 디폴트옵션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는 만기가 돌아온 예적금 상품이 재투자 되지 않고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됩니다. 그나마 연 1~2%씩 받던 이자도 이제는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거죠. 그러니 디폴트옵션 선택하는 게 좀 귀찮고 머리 아프더라도 꼭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에만 적용되고 DB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지금 DB형인데 DC형으로 바꾸고 싶고, 또 회사에서도 DC형을 지원하고 있다면 회사의 퇴직연금 담당자에게 문의하셔서 변경하시면 되고요. 회사가 DC형을 지원하지 않고 DB형만 있는 경우라면 개별적으로 IRP 계좌를 개설하셔서 퇴직연금을 운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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