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핵심 'LCA' 뭐길래…화학업계 최대 관심사 부상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 2022.07.15 05:38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최근 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LCA(전 과정 평가)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LCA는 제품제조 전 과정에 걸친 환경 영향을 정량화하는 기법이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 중 하나인 LG화학은 연내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LCA를 구축할 계획이다.

14일 LG화학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에 대한 LCA를 완료하고, 2023년까지 해외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에 대한 LCA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전 제품 LCA를 수행 중이며 유럽의 플라스틱 생산 연합인 '플라스틱 유럽(Plastics Europe)'의 권고안과 세계지속가능발전 기업협의회(WBCSD)의 '화학 제품 전 과정 분석' 벤치마킹을 통해 세부 방법론을 정립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자사 제품에 대해 직접 환경 영향 기준점을 설정하고, 신기술 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LCA 관련 내용만 전체 55페이지 중 두 페이지 이상 할애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 공급망 내 협력회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 5월 다보스 포럼에 다녀왔는데 Scope 1, 2(직간접 탄소배출량)는 물론 Scope 3(공급과정 전반의 탄소배출량)까지 자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LG화학의 LCA 수행 전략은 글로벌 리더들의 많은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LG화학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 굴지의 석유화학·정유기업들은 LCA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은 최근 LCA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등 관련 조직과 역량을 더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원유 및 원재료부터 제품 제조 전반에 걸친 LCA 체계 구축을 완료하고, 향후 배터리 소재까지 LCA 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이미 코폴리에스터의 LCA를 진행해 제품의 환경 영향을 파악하고 LCA 로드맵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전제품에 대한 LCA를 수행할 예정이다. LCA 기준 탄소 배출이 적은 바이오 소재도 적극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친환경 제품의 LCA를 전문 컨설팅사와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관련 국제 인증인 ISCC PLUS도 취득했다.


기업들이 LCA 구축에 앞 다퉈 나서는 이유는 유럽 등의 수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기업의 공급망 중 인권과 환경 현황을 실사해 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공급망 실사제도를 공개했다. 향후 입법절차를 거쳐 오는 2024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지난 3월엔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2026년부턴 EU 탄소국경세(CBAM)도 도입된다.

LCA와 관련된 국제 법안은 이외에도 금융기관 투자상품의 지속가능성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지속가능금융공시 규정(SFDR)', 기업활동의 사회·환경 영향을 비재무제표로 공개하는 '비재무정보보고 지침(NFRD)' 등이 있다. EU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비재무적공시 및 자체 규정 수립 등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기업의 ESG 정보 추적 시스템도 개발했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LCA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에 직결되는 기준이다 보니 최근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과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업계까지 LCA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LCA는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장 고민하고 역량을 투입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2024년 이후 관련 규제들이 본격화되는데 LCA 구축을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석유화학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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