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한 가운데 직장인들의 밥상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불어닥쳤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인다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물가가 오를 때 기업·상인 등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재료로 바꾸는 현상을 일컫는 건데요.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졌지요.
기업과 상인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택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질량 감소보다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셈이죠.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값을 내고 더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사실상 '숨겨진 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슈링크플레이션은 이미 다양한 세계 기업들을 거쳐갔습니다. 2010년에는 차(茶) 제조사 테틀리가 박스 당 티백 수를 100개에서 88개로 줄였습니다. 2014년 코카콜라는 대용량 용기를 2ℓ(리터)짜리에서 1.75ℓ로 축소했고요.
최근에는 크리넥스·네스카페 등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합니다. 채솟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삼겹살 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반찬 재료로 비싼 상추 대신 배추를 내놓는 등 고육지책을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각종 외신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한 슈링크플레이션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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