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휴대폰 SNS 신고" 병사들 甲질·상관모욕에…무너진 '軍기강'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2.07.13 06: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간 법원에서 상관을 모욕한 군인에게 잇따라 관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기강 확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관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도 선고가 유예되거나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는 경우가 속출한다. 현직 군 간부들은 군 기강 해이로 보안 사고나 전투력 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는 지난 7일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병사로 군 복무를 하던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한 군부대 위병소에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중대장과 맞짱 뜨고 싶다. 내가 이길 것 같은데 전역 전에 X 먹인다" 등의 글을 남겨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B씨(22)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병사로 군 복무를 하던 B씨는 지난해 1월쯤 같은 부대 소속 C대위(27) 등을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을 두고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부사관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해군 부사관 C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C씨는 2019년 교육생 75명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을 겨냥해 "도라이"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상관모욕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C씨의 표현이 일부 부적절하지만 상관모욕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일선 군 간부들 사이에선 민간 법원 판결이 군 기강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군 E대위(20대)는 "최근 군 내 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단 느낌을 받는다"며 "민간 법원에서 약한 처벌이 이어지는 것도 기강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군 내 질서가 흐트러진 가장 큰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꼽는 이들이 많다"며 "병사들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휴대전화로 외부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페이스북에 올린다. 물론 정말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그래야겠지만 생활관 청소 같은 정당한 지시도 모두 문제라며 외부에 연락하는 일이 많다 보니 병사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E대위는 "옆 대대에서 병사와 간부가 어울려 축구를 하는데 병사가 욕설을 하며 간부와 시비가 붙었다"며 "그 병사는 군기 교육대에 갔지만 간부 역시 외적군기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고 징계 처분을 받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병사와 간부가 시비 붙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는데 신입 병사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간부들이 업무를 할 때도 병사들의 의견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는 평도 나온다. 공군 F대위(30대)는 "이전에는 주말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인원을 모집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직접 생활관에 내려가 병사들을 일일이 붙잡고 부탁한다"며 "주말에 근무하면 당연히 평일에 대휴를 주거나 하는데 주말 작업 지시 자체가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간부들은 병사들의 권리가 확대된 만큼 책임도 제대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대위는 "군 기강 확립은 명령 복종에서 온다"며 "상관이 지시하면 복종해야 하고 부당한 지시는 절차를 거쳐 따르지 않아야 하는데 부하가 임의로 판단해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상관과 마찰을 빚으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인이 권리만을 내세우며 소임을 다하지 않고 그걸 묵인하는 판결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병사의 인권을 챙기고 부당한 차별과 사적지시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되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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