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안 사'…삼성·LG전자도 재고 급증, 부품 주문도 줄였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07.12 05:28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재확산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가전업계의 한숨이 여전히 무겁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혀서다.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고 있으나 시장이 얼어붙어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중국 등 3대 가전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 가전 출하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해 출하량인 2억 1353만 7000대보다 2.22% 감소한 2억 879만 4000대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TV 출하량을 1월 전망치(2억 1700만대)에서 2억 1500만대, 2억 1200만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펜트업(보복소비) 수요 소멸로 가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일째 1주일 간격으로 '더블링'(2배 증가) 되고 있으며, 오는 8월에는 하루 확진자가 15만~2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2020~2021년만큼의 수요 가전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나 영화감상·쇼핑 등 억눌렸던 야외활동 수요가 한 번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더라도 작년~재작년처럼 실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소비 심리 악화로 내구소비재(TV·가전) 수요가 둔화하는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매출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늘어난 주요 가전 제조사의 재고도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32조 3775억원) 대비 55%나 늘어난 49조 5907억원이며, LG전자도 전년도(7조 9959억원)에서 10조 2143억원으로 28%나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역대 최고치인 평균 94일이라고 분석했다. 재고가 매출까지 걸리는 시간인 재고회전일수가 길어질수록 기업 부담이 크다.

업계는 재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고 이월 전략과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재고가 늘면서 최근 부품 공급업체에 구매량 축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효율적 재고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4년만에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재고 건전화가 논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도 확대한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라인업은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의 80%를 차지했으며, LG전자는 올 2분기 오브제컬렉션의 매출 호조로 H&A(생활가전)사업본부 매출이 전년 동기(6조8149억원) 대비 16%가량 증가해 7조 9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프리미엄 가전은 수요 변동이 크지 않아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인기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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