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부터 쓰러진다" 벤처투자 늘었지만 후기투자는 '보릿고개'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2.07.11 15:41
전세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벤처투자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 투자 라운드 시리즈C 이상 후기단계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기업가치를 낮추는가 하면 IPO(기업공개)를 미루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3분기가 벤처투자의 침체와 반등 분위기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벤처투자액은 1조3888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859억원) 대비 2029억원 증가했다. 투자건수 역시 179건으로 지난해 6월 117건보다 1.5배 증가했다. 5월 벤처투자액이 7577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내려가고 전년동기(1조1452억원)와 비교해도 3875억원 적은 것과 비교하면 어느정도 회복된 모습이다.

다만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올해 5월과 6월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44억3100만원과 81억2200만원으로 100억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5월과 6월 평균 투자금액이 각각 127억2400만원, 101억3600만원으로 모두 100억원을 넘긴 것과 대조적이다. 초기단계 투자는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금이 큰 후기단계 투자가 감소하면서 평균 투자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후기단계 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프리IPO(기업공개)를 포함한 시리즈D 이상의 후기단계 투자가 19건으로 지난해 2분기 27건보다 8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의 프리IPO 투자금액도 2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8753억원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토스, 무신사 등 올해 IPO 대어로 불리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들은 상장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당분간 후기단계 투자가 위축되고 초기단계 투자만 이어지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기단계 투자의 경우 기업공개를 통해 빠르게 투자재원을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증시 분위기로는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반면 초기투자의 경우 회수까지의 기간이 길어 시장 환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여기에 업력 7년 이하 초·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모태펀드 재원이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흐름이 견조하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들의 투자금액은 3조9017억원으로 이중 69.9%가 업력 7년 이하 초·중기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벤처캐피탈(VC)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국내 벤처투자시장 특성상 민간 투자가 위축되면 초기보다 후기 스타트업이 더 어려워진다"며 "실적 등 정량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후기 스타트업은 몸값을 낮춰도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심할 경우 폐업하는 곳들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업계는 3분기가 벤처투자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VC 대표는 "아직까지 버블이 터졌다고 할 만큼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3분기 금리, 물가 등 경제상황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투자침체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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