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유령업체, 돈 아닌 '이것' 노렸다…직접 주문해보니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2.07.12 06:00
11일 오후 쿠팡에서 구매한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누르자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표시됐다. /사진=박수현 기자

쿠팡에 입점해 판매가격을 반값에 올린 뒤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잠적하는 '유령회사'가 기승을 부린다. 주문 즉시 고객의 개인정보가 판매자에게 넘어가는 시스템의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지난달 제보를 받고 쿠팡에서 유령업체로 의심되는 판매자에게 물품을 구매했다. 에프킬라 150ml 제품 9개를 1만 1350원에 팔고 있는 중국 직구 상품이었다. 배송일이 약 2주 뒤였지만 동일 제품이 국내 업체에서 4만 5400원에 판매되고 있어 저렴한 가격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10여일 뒤에 배송 완료 처리됐다. 그러나 물품은 배송지에 도착하지 않았고 판매자가 입력한 택배 송장에는 전혀 다른 주소가 적혀 있었다. 배송 완료일은 제품을 주문하기도 전인 지난 5월23일이었다. 물품을 발송하지 않고 배송 예정일에 맞춰 해당 주문과 전혀 상관없는 송장번호를 등록한 것이다.

쿠팡에 등록된 물품 페이지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11일 오후 쿠팡에 등록된 중국 '유령업체'에 전화를 걸자 정지된 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들렸다. 주문한 제품을 누르자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떴다.

이들은 판매자 정보를 허위로 등록해두고 구매자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가짜 송장을 이용해 배송 완료 처리를 하기도 한다. 쿠팡 측에 "판매자 중국 유령업체로 의심된다"는 문의를 보내자 '품절로 인해 자동취소 됐다'는 표시와 함께 환불 처리가 됐다.



쿠팡에서 구매한 '유령업체'의 물품의 주문 상세 페이지. 상품을 구매하기 30여일 전인 지난 5월23일 배송이 완료됐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유령업체들은 초기에는 브랜드 의류나 향수 등을 미끼상품으로 내걸었다가 이제는 환자식, 건강기능식품, 국내에서 제조한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올려두고 있다. 애초부터 개인정보 수집이 목적으로 상품을 올려둔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상품을 등록해두고 발송하지 않는 유령업체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물품을 보내지 않는 방식에서 허위 송장을 등록해 배송 중이라며 시간을 끌거나 고의로 물품을 오배송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발전했다. 이제 문의를 하도 많이 받아서 어차피 사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객에게는 항상 '확인해보겠다'고 할 수밖에 없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중국 유령업체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미끼로 내 거는 경우도 많아 판매처를 확인하고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한다. 유령업체가 정식 판매처의 제품 상세페이지를 그대로 베껴가는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자가 유령업체와 정상업체를 구분하기 힘들어서다.

스피커 전문 업체 브리츠는 지난 1일 공지를 통해 "최근 쿠팡 내에서 '브리츠' 브랜드를 도용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중국 유령업체의 상품이 자주 보여 주의를 부탁드린다"며 "브리츠 외에도 이런 유령업체의 상품은 다른 브랜드의 경우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또 "한 개의 업체가 아닌 다수의 회사명으로 지속적으로 피싱 상품을 등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이달부터 원칙적으로 신규 중국 업체의 자체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조치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의 품질과 배송 수준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하루에도 인당 수회씩 관련 문의를 받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쿠팡 고객센터 관계자는 "중국 유령업체와 관련된 문의는 아직도 많다.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도 성행하는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부분 판매자명이 영어로 되어있고 국내 제조 상품을 중국에서 배송하는 상품이 많은데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유령업체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은 문제"라며 "쿠팡뿐만 아니라 모든 오픈마켓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판매자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악성 판매자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각 국가가 승인한 인증서를 제출하고 전담 인력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해외 판매자의 입점을 허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해서만 자체 배송을 허용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이며 고객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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