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정말 킬러콘텐츠가 제일 중요한 것일까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2022.07.07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2011년 건설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레고랜드는 문화재 훼손, 사업성 논란이 일었는데 마침내 지난 5월 춘천에 개장하고 나서도 불공정계약 논란에 현행법 환불규정 위반, 갑질 주차단속은 물론 과도한 주차비, 호텔 숙박료 등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놀이기구가 또다시 멈추는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그런데도 이곳을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호텔도 문을 열기 전에 객실이 모두 예약됐다. 물론 2~12세 어린이를 고려해 놀이기구 등을 배치했기 때문에 시시하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레고랜드가 3대 테마파크가 된 이유다. 핵심 가운데 하나는 디즈니랜드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키덜트 코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족 동반 방문객이 많고 그 씀씀이도 크다. 또한 키덜트 취향의 성인도 수집품을 위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부모세대가 키덜트 성향이라면 아이와 함께 강원 춘천을 방문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레고는 1932년 첫선을 보였고 그 테마파크는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자녀가 같이 손을 잡고 찾아오는 공간이다. 이러한 점은 디즈니랜드도 마찬가지다. 문화적 자산이 대물림돼 즐길수록 이러한 가족 단위 관람은 큰 경제적 효과를 나타내는 법이다. 3대가 어린 시절 즐겨본 콘텐츠를 집적해놓은 테마파크에 비싼 관람료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다만 레고랜드가 성취감에 열광한다면 디즈니랜드는 캐릭터 스토리에 빠져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세대가 같이 공유하는 콘텐츠 확장은 일반 영화도 마찬가지다.

개봉영화 '탑건-매버릭'은 온 가족이 볼 수 있을 듯싶었다. 톰 크루즈의 '탑건'을 기억하는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였다. 1986년 '탑건'에서는 매버릭과 구스의 이야기였다면 2022년 '탑건'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매버릭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버릭은 과거 동료 구스를 죽게 만든 죄책감, 루스터는 매버릭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교차한다. 영화의 결말은 책임지는 기성세대 매버릭의 투혼과 헌신이 전제돼 이뤄지는 그들의 화해는 세대간 미래 통합적 지향을 의미했다. 아울러 대중적 흥행성을 볼 때 비록 '탑건'은 오래된 영화지만 톰 크루즈는 꾸준히 영화활동을 했기에 젊은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의 캐릭터가 콘텐츠의 항구성을 위해 중요할 뿐이다. 이렇게 세대를 관통할 수 있고 아우를 수 있는 것이 할리우드 콘텐츠의 작동원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세대계승 영화라면 앞으로 루스터 버전의 '탑건'이 제작돼야 한다.

과거 디즈니, 레고는 모두 위기가 있었다. 디즈니는 어린아이만 보는 콘텐츠의 한계에서 벗어나 동심이라는 코드에 집중해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고 키덜트 코드에 부응해 닥친 위기를 돌파했다. 레고는 오락게임과 모바일에 어린이들을 뺏길 수 있었지만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 공유하게 문화를 정착시켜 위기를 타개했다. '탑건-매버릭'도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비슷한 스핀오프나 캐릭터별 버전 쪼개기의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는 대대손손 찾는 어떤 콘텐츠를 현재 만들고 있을까. '오징어게임?' 아니면 '기생충?' K팝은 세대승계를 할 수 있을까. K콘텐츠가 한류현상을 일으켜도 그 항구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뽀로로'나 '아기상어'를 생각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뽀로로'나 '아기상어'가 단지 아이의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면 이마저도 미래가 없을 듯싶다. 다만 '뽀로로'와 '아기상어'는 영아들을 위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키덜트의 요건에서 결핍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콘텐츠의 항구성을 보장해주며 전 세계 가족과 키덜트 종족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적어도 킬러콘텐츠를 넘어 세대교감을 할 수 있는 스테디 시리즈나 롱런 콘텐츠가 다양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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