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따라 임신중절 금지…"강간일 경우도 낳아야" 8개주는 초강력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2.07.06 11:09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인정한 판결을 뒤집고 주정부에 관련 결정권을 넘기면서 보수 성향을 띠는 남부 지역에서 임신중절 금지 및 제한법이 잇따라 발효되고 있다. 법 발효를 막아달라는 소송이 잇따르고 발효 전에 임신중절 시술을 받으려는 이들이 공황에 빠지는 등 혼란이 생긴다.

[베를린=AP/뉴시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앞에서 미연방대법원의 낙태 권리 폐기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각종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07.06.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플로리다주의 법이 이날 발효됐다. 주 법원이 지난달 30일 이 법이 사생활을 보장한 주 헌법에 위배된다며 효력을 일시 정지했으나, 임신중절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가 항소해 다시 효력이 생겼다.

미시시피주에서도 주 내 유일한 임신중절 시술소가 7일 발효되는 임신중절 제한법을 효력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2007년 통과된 이 주 법에 따르면 임신부의 목숨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인 경우를 제외하고,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임신중절이 금지된다.

임신중절권 옹호단체인 생식권리센터(CRR) 소속 힐러리 슈넬러는 "당장 임신중절이 필요한 미시시피 주민들은 너무 늦기 전에 시술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테이트 리브스 주지사는 "태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법"이라며 "생명을 위한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절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그 결정권이 각 주에 넘어갔다.

미시시피 등 13개 주는 '로 대 웨이드'가 폐기되면 자동으로 발효되는 임신중절 금지 및 제한법을 이미 만들어놨기 때문에 이들 주에서는 법 이행을 막아달라는 임신중절 시술소 등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법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판결이 나오기도 했으나, 주 정부가 항소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주 법무장관이 임신중절을 대부분 금지하는 주 법의 이행을 허용해달라고 주 대법원에 요청했다. 연방대법원 판결로 효력이 자동 발생하게 돼있지만 뉴올리언스시 판사가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행을 막았다.


이날 기준 웨스트버지니아, 앨라배마,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사우스다코타, 위스콘신 등 최소 8개 주에서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임신중절을 금지했다. 이들 주에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중절도 전면 금지다.

테네시, 미시시피, 노스다코타, 와이오밍, 아이다호 등 5개 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금지법이 발효가 임박했고, 켄터키, 루이지애나, 유타, 애리조나 등 4개 주에서는 금지법 이행을 법원이 일시적으로 막아둔 상태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주에선 임신중절 제한법이 발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임신중절권과 사생활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을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예외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임신중절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하는 것"이라며 "그 방법은 의회의 표결이고, 표결에 필리버스터가 방해된다면 우리는 여기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절권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꾸는 데 열린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상원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무력화하려면 상원에서 60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입법 과제들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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