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적금 금리 올리는 5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 2022.07.06 06:24
주요 은행이 정기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마땅한 투자처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라 천천히 금리를 올려도 되는데 서두른다. 정부·여당이 예·적금 금리 인상을 압박한 영향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금 조달, 현금 확보 등 필요성이 있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특판 예·적금을 적극 내놓고 있다. 특판은 판매 기간과 한도를 정해두고 은행이 출시하는 상품으로, 대체로 다른 상품과 비교해 금리가 높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창업 40주년을 맞아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을 내놨다. 최고금리는 각각 4%, 3.2%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최고금리 3.2%의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2조원 한도로 출시한 이 상품은 가입자가 몰려 6일 만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7일 10만좌 한정으로 연 5% 금리 '코드K 자유적금'을 내놨는데, 10일 만에 완판됐다. 우리은행과 케이뱅크 모두 예상보다 큰 호응에 이 상품들을 재판매했다.

은행으로 돈이 돌아오는 '역머니무브'가 본격화했는데도 은행들이 '고금리'로 고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올해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말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말과 비교해 32조5236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몇 년만에 3%대에 진입했고, 주식·부동산 등 대표적인 투자처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에게 예·적금 금리는 비용이지만 은행들이 확대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민의힘까지 최근 은행권을 향해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잔액 기준 2.37%포인트로,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정치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다. 가계대출은 올해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기업대출은 증가하고 있어 대출 자산으로 쓰이는 예·적금을 유치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673조7551억원으로 지난해말(635조8879억원)과 비교해 37조8672억원 증가했다.

정책적 요인도 있다. 이달부터 은행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LCR은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하던 2020년 은행이 시중에 적극 자금을 공급하라는 취지에서 LCR 규제 기준을 100%에서 85%로 낮췄었다. 은행들은 이제 LCR을 오는 9월까지 90%로, 12월까지 92.5%로 높여야 한다. 현재 주요 은행의 LCR은 90% 이상이지만 향후 규제 준수를 위해 현금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은행채보다 예·적금 금리가 아직 더 저렴한 측면도 있다. 은행채 발행은 예·적금과 함께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로 불리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전날(4일) 기준 3.799%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만기 1년 이상 예·적금 금리는 3%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지금 이자를 더 줘도 가장 저렴한 시점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업계는 오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연말 기준금리는 최고 3%로 내다본다. 이 때문에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내 4%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3% 안팎 금리로 현재 최대한 많이 자금을 확보하는 게 은행 입장에서는 유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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