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ESG 전쟁 본격화, 1년도 채 안남았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2.07.05 04:18

[ESG 쇼케이스 2022] [인터뷰] 김동수 김앤장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

김동수 김앤장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 / 사진제공=김앤장법률사무소
"공급망 전반에 걸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존 전쟁은 2023년부터 본격화됩니다. 직접적인 행위의무자는 대기업이겠지만 그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라면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동수 김앤장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부터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제도 등 기후변화 등 ESG 관련 규제들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며 "직접적인 행위 의무는 대기업이 부담하지만 대기업들이 해당 규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스코프3(Scope3) 등 외부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들도 간접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법령상 겉으로는 당장 중견·중소기업에 행위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 및 수출시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ESG 규제를 이행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거래관계 축소 등 기업 존폐를 좌우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오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리는 'ESG 쇼케이스 2022'에 김 소장은 오전 세션 기조발표자로 나선다. 김 소장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더해 전쟁 이슈까지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이 크게 부각된 상황에서 ESG 관련 규제가 어떻게 현실화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ESG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는 'ESG 쇼케이스 2022'에 앞서 김 소장을 만나 최근 동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중견·중소기업, ESG 정보압박 피할 길 없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대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ESG 경영을 협력사들에게 요구하더라도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부당한 '경영권 간섭'을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었다"며 "ESG 규제요인이 이제 법령에 반영되고 국내법에도 순차적으로 도입될 경우 더 이상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 간섭'이라는 이유로 거래관계에 있던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대기업들이라고 하더라도 원자재를 비롯해 부품·중간재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협력사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도 협력사 차원에서의 주요 ESG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갑질' 등 이유로 대기업의 부당한 이유를 거부할 수 있었던 중견·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이제 ESG 및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한 대기업 등 고객사들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 요인의 점검과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은 점차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당장은 해외에서부터 이와 같은 규제가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수출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외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EU가 2024년, 당장 1년 반 이후부터 규제대상 기업이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에 걸쳐 인권·환경 관련 리스크 요인을 확인해 이를 공시할 것을 규정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이하 공급망 실사지침) 초안을 내놓고 입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도 2023년 시행된다. 미국 SEC 역시 기후변화 관련 사항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의무 대상 기업이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에 걸친 기후 리스크 정보까지 확인해 공시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기업별 ESG 인식수준 천차만별


이미 해당 업종에서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해외의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ESG 규제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응 역량도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시장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인권 등 노동관련 사안이나 폐기물·온실가스 등 기후변화 관련 사안에서 과거의 편법적인 관행을 유지하다가는 거래선이 일순간에 위축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기업의 인원·자산 규모나 매출 규모에 따라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으로 나뉘지만 중견·중소기업 중에서도 ESG 관련 인식 수준에 대한 편차는 극명히 나뉜다. 김 소장은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이자 대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기업이라면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ESG 경영 수준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ESG 평가를 받아보는 등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업종별로도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 거래하면서 ESG 관련 정보를 요구받아봤던 기업이라면 ESG 평가 및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다수의 중견·중소기업들이다. 그는 "대기업의 협력사 생태계에 편입돼 있다고 하더라도 2,3차 협력사 이하 단계에 있어서 ESG 평가대응 등에 대한 얘기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이라면 ESG에 대한 인식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며 "공급망 ESG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피해가 큰 곳은 이처럼 2,3차 이하 단계의 협력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 산업 생태계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이들 소규모 기업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 체크사항에 집중, 대응전략 모색"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별·지역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일부 다르기는 하지만 인권 등 노동,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분쟁광물 등 내용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주요 평가기관이나 ESG 공시기준을 만드는 기관들이 대기업들에 세부적인 많은 항목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중견·중소기업에 요구하는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간소하다"고 했다.

또 "나이키나 애플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자체 평가나 외부 인증기준을 통해 협력사를 선정하고 기준에 통과한 기업에는 납품 물량을 늘려주는 등 방식으로 공급망 정책을 운영하기도 한다"며 "중견·중소기업이 집중해야 할 주요 이슈와 특정 지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ESG 쇼케이스 2022'에서도 김 소장은 주요국에서 진행 중인 공급망 ESG 관련 체크리스트의 특징 및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협력사를 선정해 평가하는 방식 등에 대해 소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의 중견·중소기업의 ESG 및 지속가능 경영 역량을 제고하는 데 필요한 과제도 제시할 예정이다.




◇범정부적 지원 시스템 구축 필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영역도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진단이다. 김 소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준들도 있지만 업종별로 다른 지표가 요구되는 경우도 많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자동차, 바이오·제약, 통신 등 업종별 ESG 표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기업이 ESG 성과를 점검하고 진단하기 위해 ESG 정보공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맞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ESG 공시 자체가 엄청난 부담일 수 있다"며 "중견·중소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온라인 플랫폼에 ESG 관련사항을 등재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들은 MSCI 등 글로벌 평가기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벤치마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자사에 맞는 벤치마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비용 효율적으로 중견·중소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한 비교분석용 데이터베이스를 정부와 산업계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한 곳들도 많다"며 "공급망 ESG 리스크 대응을 위해 해외 사업장을 운영 중인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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