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닥]전립선암 정복 꿈꾸는 최세영 교수"면역항암제서 답 찾는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2.07.05 15:24

[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① 최세영 중앙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에 기여하는 의사 선생님들에 주목하겠습니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 치료법이다. 최근 항암 치료의 트렌드가 됐지만 남성 유병률 1위인 전립선암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립선암에 적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연구로 지난 3월 제30회 대한전립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최우수 학술상'을 받았다.

최 교수는 우리 몸 면역과 관련된 수지상세포 효과를 더 높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 쥐의 수지상세포를 추출·분화해 면역관문 단백질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삽입했고 이를 다시 쥐에 투여했다. 연구 성과는 좋았다.

최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대조군 대비 상당히 오랜 기간 종양을 억제하는 걸 확인했다"며 "실제로 전립선암 특이항원(PSA)에 더 잘 반응하는 T세포가 쥐에서 많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에 효과가 좋은 경구 치료제는 이미 시중에 나왔다. 최 교수의 플랫폼이 세포 추출과 유전자 조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전립선암에서는 상업화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다만 해당 플랫폼을 더 연구하고 유지한다면 다른 암종으로 확대해 적용할 순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방광암의 개수, 크기, 표재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방광경이 확보한 사진을 보고 AI가 암 발생 여부부터 약물 사용 후 반응 등 환자 예후까지 알아보도록 하는 게 목표다.

최 교수는 "아직 자료를 모으는 정도의 기초적인 단계"라며 "질 좋은 데이터가 쌓여 개발된다면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AI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전립선암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주요 발병 원인과 예방법을 설명해달라.

▶명확한 원인이 다 밝혀지진 않았다. 보통 나이와 인종, 가족력이 관련 있다고 한다.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률이 8배 정도 더 높다고 한다. 본토에 사는 일본인과 미국으로 이민 간 일본인을 비교해 연구한 적이 있었다. 이민을 간 일본인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을 보고 서구화된 식습관이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된 바 있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나 콩의 이소플라본 등이 전립선암에 좋다고 하지만 실제 인간에게 효과가 좋은지는 연구가 쉽지 않고 결과도 뒤죽박죽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것을 먹어서 예방하는 것보다 덜 먹고 체중을 조절하는 게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립선암은 생존율이 높아 '순한암'이라고들 한다.

▶종류에 따라 순한암이 있고 독한암이 있다. 국소전립선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예후가 좋다. 반면 호르몬 치료에도 듣지 않는 거세저항성전립선암으로 발전하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2~3년 내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서구에 비해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이 더 낮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PSA 검사가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우리나라는 50대에서도 검사율이 15%로 상당히 낮다는 보고가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다. 혈뇨나 통증이 있다면 이미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로 발견이 돼도 완치가 어렵다. 미국에서는 순한 전립선암에 대해 '적극적 감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당장 치료하지 않더라도 암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암이 진행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이 중에 30~40%가 적극적 감시에서 치료로 넘어갔는데 처음부터 치료한 사람과 생존율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순한암의 경우 이처럼 적극적 감시도 하나의 치료 옵션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면역관문억제제 연구로 상을 받았다. 어떤 연구인지 설명 부탁한다.

▶수지상세포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시작했다. 쥐의 수지상세포를 추출해 분화하고 면역회피 원인인 면역관문 단백질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수지상세포에 삽입했다. 유전자 조작을 해도 수지상세포 분화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기획했던 면역관문 단백질이 저하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동물실험에서 대조군 대비 상당히 오랜 기간 종양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고, 실제로 PSA에 더 잘 반응하는 T세포가 쥐에서 많이 발견됐다.

-전립선암에서 면역항암제 개발이 어렵거나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Tumor Mutational Burden(종양변이부담)이 많아 암에서 유전자 변이가 많거나, 조직에 T세포가 많이 침투해있으면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는 보고가 있다. 전립선암은 두 가지 기준이 다 해당이 안 돼 반응성이 낮은 'Cold tumor'라고 불린다. 게다가 전립선암에서는 이미 개발된 효과 좋은 신약들이 있어 다른 암종과 비교해 제약사의 면역항암제 개발 욕구가 떨어지는 것 같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교수님의 연구 성과가 추후 전립선암 치료제 상업화까지 갈 수 있다고 보시나?

▶임상적 수요가 있는 다른 암종에 적용할 수 있고 나아가 상업화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 전립선암 치료에서 먼저 개발된 '시플루셀T'란 약이 있다. 수지상세포를 전립선세포막에 많이 포함된 단백질에 노출해 분화시킨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제다. 미국식품의약처(FDA) 승인까지 받았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내가 시행한 연구도 시플루셀T와 같은 이유로 고가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플랫폼을 유지하고 개발하면 꼭 전립선암이 아니더라도 다른 암에 적용할 수 있다.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기능을 강화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방광암 스크리닝 모델 개발 연구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연구인지 소개해달라.

▶방광암은 방광경이 소변길을 따라 들어가 종양이 있느냐 없느냐를 진단해야 하는데 사진만으로도 AI가 진단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다. AI가 종양을 보고 암인지 아닌지 예측하는 것부터 암이 맞다면 어떤 성질인지, 환자 예후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약물을 사용했을 때 반응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지 보려고 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다. 질 좋은 데이터를 얻어 AI가 배워야 좋은 결과가 나올 텐데 그런 데이터를 얻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데이터가 쌓이고 개발된다면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AI가 개발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모든 연구들이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같은 병원의 장인호 교수님도 같이 계시고, 아산병원 김청수 비뇨기과 선생님이 스승님이다. 그분들이야 말로 명의다. 같이 연구하면서 배웠다. 비뇨의학과로 온 게 잘 한 거 같다. 10년 이상 전공의가 거의 미달이었는데 가장 최근, 지난해 100% 다 차서 뿌듯했다. 우리 과가 응급수술이 많지 않아 그게 연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새로운 것을 접목해서 하는 연구들에 재미를 느꼈다.

[프로필]비뇨기종양학 분야 떠오르는 신성 최세영 교수
최 교수는 1981년생으로 2000년 서울 개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2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2008년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중앙대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생활을 했다. 2016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비뇨기종양학 임상강사를 맡았으며 2019년부터 현재까지 중앙대병원에서 임상조교수·조교수로 지내고 있다.

2017년 대한전립선학회 우수 학술상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우수 의학논문 표창장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제30회 대한전립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면역관문 분자 표적 유전자 재조합 수지상세포 개발 연구'로 동병원 장인호 교수팀, 김청수 이대목동병원 교수와 함께 '최우수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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