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종 주가흐름의 바로미터인 코스닥제약지수는 지난 2020년 3월 5400대에서 지난해 7월엔 1만390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닥 바이오종목 중 어떤 종목이라도 샀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란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통제권으로 접어들면서 바이오주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닥제약지수의 하락률이 30%다.
코스닥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나섰던 기업들의 주가하락은 더 처참하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테마주 신풍제약은 1년 최고가에 비해 주가가 80% 가량 하락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떴던 씨젠의 주가 하락률도 60%가 넘는다.
바이오주 전체의 주가를 끌어올린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신약개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심지어 전통제약주까지 전방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백신 생산능력을 갖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하락률이 52주 최고가 대비 70%에 이를 정도다. K바이오를 견인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2주 최고가 대비 20%대, 셀트리온은 30%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파티는 끝나면서 계산서가 날아들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전환사채(CB)의 흐름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CB 발행규모는 2020년 1조원, 2021년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시는 제약바이오기업에 투자하겠단 투자자들이 넘쳐났고, 자금조달이 급한 바이오기업들은 너도나도 CB를 찍어냈다. CB는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이를 처분해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채권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 적어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원금도 보장받고,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올릴 수 있는 CB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금이 절실한 바이오기업도 돈이 들어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바이오회사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면 채권(빚)이 투자금으로 바뀌게 되니 빚을 상환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달콤한 상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주의 주가하락이 거대한 악순환의 시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기업 CB를 투자했던 이들이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얻기를 포기하고 원금이라도 건지겠다고 나선 것으로도 평가된다.
이미 투자금을 써버린 바이오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추가로 투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제3의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운 바이오기업은 기존 주주들에게 추가로 투자금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소식은 대부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가하락→자금상환 요구→추가 증자→주가하락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단 의미다. 이 경우 CB 조기상환이 급증, 바이오기업의 재무상태를 압박해 줄도산이 벌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는 현재가 아닌 미래와 꿈에 투자하는 산업이다. 이 꿈을 실현시킬 힘은 성공을 기대하는 자본이다. 바이오란 꿈의 씨앗에 물을 주고 빛을 쏘여주는 자본이 사라지게되면 바이오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한 건 우리 바이오기업들이다. 기술 하나 믿고 투자해준 것에 비해 내놓은 성과가 너무 초라했다. 신약개발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기술수출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실적이 없는 바이오기업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술특례제도가 생긴 게 2005년이고, 1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이를 통해 상장됐다.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렸지만 기업이 내놓은 성과가 없으니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날만한 상황이다. 바이오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고 있다. 바이오산업에 혹독하고 긴 겨울이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