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와 미키는 BTS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무렵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 중이다. 페니는 "딸이 한국어 공부에 시간을 쓰느라 다른 과목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는 남편의 잔소리가 사라졌다"며 "딸의 수준이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상위 급수 획득도 가능하단 선생님의 말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BTS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 한류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의 바탕인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오로지 "한국 문화를 즐기고 싶어서" 배운다는 학생들이 늘어났는데, 과거 취업과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웠던 분위기와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한국어가 한류 소프트파워(문화·예술 영향력) 수출효자가 된 셈이다.
이 통신원에 따르면 이 발표 후 현지 한국어 강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홍콩인 TOPIK 강사 제니씨는 "기존 인기 수업은 한국어 말하기 위주의 취미 수업이었지만, 앞으론 자격증 대비반이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며 "홍콩 내 대학에서도 TOPIK 점수를 인정하게 되면서 일반 중·고등학생들의 강의 신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콩 내에선 한국어의 공교육 영역 편입이 당연한 수순이란 반응이다. 아시아 문화·예술 중심지로 이름 났던 홍콩에서도 한류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CJ ENM의 MAMA(앰넷아시아뮤직어워드) 등 굵직한 음악 페스티벌이 오래 전부터 열려 K팝에 익숙한 데다, 코로나19(COVID-19)로 급부상한 넷플릭스 등 OTT에서도 킹덤, 오징어게임, 지옥 등 K드라마, K영화가 인기를 달리고 있단 점에서다.
한국어 학습수요는 동남아, 구·미주 지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블랙핑크 리사의 모국인 태국의 경우 올해 태국 대학입학시험 제2외국어 과목에서 한국어 응시생(3770명)이 전체의 17.6%를 차지, 처음으로 일본어 응시생(3672명)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국 대학입시에서 제2외국어 응시 인원이 지속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어 응시 비율은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한국어 학습 기관인 세종학당의 경우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 첫 개설 당시 연간 740명의 수강생을 교육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엔 전 세계에서 8만1476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멕시코 세종학당 출신인 난시 카스트로씨는 외국인 최초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하는 등 한국어를 매개로 양국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오징어게임 등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역시 한국어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힘이 전달됐기 때문"이라며 "한글을 독학해 K팝 가사를 외워 부르는 한류팬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한류 콘텐츠로 접목시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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