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10% 안돼"…G7은 세계를 얼마나 대표할까? [dot보기]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2.07.02 08:30

편집자주 |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 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엘마우성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이 27일 (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듣고 있다. (C) AFP=뉴스1
지난달 26~28일 3일간 제48차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G7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7개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이 포함되죠.

G7 정상들은 매해 굵직한 글로벌 이슈를 논의해왔습니다. 올해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침체, 기후 위기 등이 의제로 올랐어요. G7에 속하지 않는 한국도 회의에 관심을 기울였고, 언론도 러시아와 북한, 식량 문제 등에 대한 G7 공동성명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임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G7 국가들이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해 갖는 대표성이 얼마나 있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됩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지난달 28일 'G7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논평에서 "G7에 대한 비평가들은 이 그룹이 후속적인 실천이 부족하고 주요한 신흥 국가들의 목소리를 배제한다고 비판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인구 10%, 경제력 45%의 대표성


"더 이상 공식적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고, 보다 대표성이 큰 국가들로 대체돼야 한다." - 2018년, 짐 오닐(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의장)·알레시오 테르지(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제학자)

/=스타티스타
/=CFR(외교협회)
G7의 시초는 1975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서독 등 '민주주의' 6개국 간 문제 해결의 장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976년 캐나다가 합류했고, 이 당시 G7의 핵심 목표는 '냉전(Cold War) 대응'이었죠. G7은 한때 G8이 되기도 합니다.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무너진 후 러시아가 합류한 것이죠. 러시아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 G8 자리를 지킵니다. 그러다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다시 G7이 됐고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G7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명목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약 45%를 차지하는데, 30년 전 70%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요.

이런 이유로 G7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은 지난 몇 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 지금의 G7 국가들의 리더십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짐 오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의장과 알레시오 테르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경제학자는 지난 2018년 낸 보고서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공통의 '유로존 대표'로 묶고, 캐나다를 브라질로 교체해야 하며, 중국과 인도를 추가해 경제적으로나 인구적으로나 더 많은 대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학자가 제시한 국가들도 100%의 대표성을 갖진 않겠으나, 현재 G7의 지배력보단 포함 범위가 넓어질 거란 주장입니다. 지난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보고서에서 "2030년에는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GDP 1, 2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같은 시기 세계 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유로존과 미국을 합한 수준인 3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나아가 G7 대신 G20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브라질과 중국, 인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신흥 강대국이 포함된 G20은 세계 GDP의 85%, 인구의 60%를 차지하거든요.

물론 G20도 유엔이 인정하는 전 세계 193개국 중 대부분의 중소국가들을 배제합니다. 그래도 G20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되는데요. 이들은 이번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5개 개발도상국(+세네갈)이기도 합니다. 개도국 의견 수렴을 위해 대표로 초청됐어요. G20이 글로벌 회의의 중심이 되는 게 대표성 측면에서 좀 더 낫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죠.


부자 국가들만의 잔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옥스팜이 G7 정상들의 모형 앞에 "우리 행성을 불태우는 것을 멈추라"는 현수막을 설치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이번에 G7이 5개 개도국을 초청한 건 신흥·개도국을 배제한 '부자 국가'들의 잔치라는 지적을 의식해서입니다. 정상들은 나름의 개도국 관련 정책도 내놓고,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기금 조성도 약속했어요.

하지만 3일 기간의 회의 중 개도국들에 중요한 식량, 보건,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에 할애된 시간은 단 90분. 개도국들의 운명을 좌우할 부채 문제는 언급도 안 됐고요. 개도국 126개국은 정부 예산의 14.3%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습니다. 개도국 외채 중 47%가 서방 민간 자본에 진 것인데, 여기엔 개도국의 인프라 건설 등에 서구 민간 자본이 비싼 값에 투입된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통해 개도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상황에서 G7이 유럽 내 전쟁에만 집착하는 부자 나라로 비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G7이 과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개도국이 냉소적인 이유"라면서 이들이 2008년(당시 G8) 약속했던 개도국 기후 피해 보상을 꼬집었어요. G7은 기후변화의 책임을 지고 개도국 기후 피해 극복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회의론에도 G7를 지지하는 측에선 G7이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합니다. 스튜어트 패트릭 CFR(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G7은 일종의 서구적 질서를 통제할 수 있는 그룹이자, 공통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규칙 방식"이라며 "G7은 G20 혹은 다른 포럼에 안건을 제안하기 전에 의견 불일치를 일차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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