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단 영상회의'를 열고 연속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가 주1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는 인천교육청 사례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이와 같은 '교외체험학습 학생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는 '제주도 한달살기'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양(10) 일가족 3명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데에 따른 것이다. 조양의 일가족은 집에서 나와 제주가 아닌 전남 완도로 향한 지 38일째 발견됐다. 조양이 체험 기간 뒤에도 잇따라 결석하자 신고가 접수돼 수색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2)는 1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부는 모든 사건을 너무 쉽게 학교 탓으로 돌려버린다"며 "체험학습의 신청 주체인 학부모가 학교에 상세하게 보고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담임교사가 나서서 확인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B씨(34)는 "학부모가 내켜 하지 않아 학생과 통화하는 것을 꺼려 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최근 접촉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늘어서 성별이 다른 학생에겐 하교 후에 연락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인데 지속적으로 연락하라는 지침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의식 변화로 교사가 학생들의 삶에 개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장기 체험학습의 경우에는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는 데다 부모가 아니라 다른 보호자와 떠나는 경우가 많아 통화 연결이 어렵고 피상적인 안부 묻기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 안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 C씨(32)는 "학부모들은 교사가 이전처럼 학생들의 삶에 개입하는 걸 싫어한다"며 "뭔가 지도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대들기 일쑤고 바로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런 관계에서 무슨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가정환경 파악이나 비극 방지가 되겠나"라고 했다.
B씨는 "한 번은 아이가 2주 동안 등교를 안 해서 전화도 해보고 집에도 찾아가 봤다"며 "나중에야 연락이 됐는데 '해외여행 갔는데 왜 그것도 모르고 귀찮게 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학부모도 아이도 말하는 걸 잊었던 것이었다. 이 사례처럼 학부모가 기본적으로 교사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체험학습 중에 전화를 건다고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C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생각을 하면 체험학습 외에도 방법이 많다"며 "가령 방학이나 주말에도 학생과 교사의 접촉이 없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체험학습 관리를 강화할 게 아니라 평소 교사가 학생에게 신경 쓸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B씨는 "학교 밖에서도 교사가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도 잘못된 지도를 하는 학부모가 정말 많지만 교사는 아무 힘이 없으니 손가락 빨면서 지켜만 본다. 이번 사건도 교사가 가정 상황을 알고 있었어도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결국 권한의 문제"라고 했다.
C씨도 "교사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되 의무를 키우는 식으로 본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학교 교사들은 우리가 학생의 마지막 보루라는 느낌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지만 교무회의에선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급히 그물 메꾸듯 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쌓고 학부모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