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유산' 연방대법원에 3연패…바이든의 한숨 [US포커스]

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 2022.07.01 12:25

환경·총·낙태 등 주요 쟁점에 보수적인 판결

A sign is seen outside the U.S. Supreme Court in Washington, U.S., May 3, 2022. REUTERS/Evelyn Hockstein/File Photo/사진=로이터=뉴스1
미국 연방 대법원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된 대법관의 이념적 분포가 보수 우위로 쏠리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 대법관은 종신 임기다.


美 대법원 "환경보호청, 온실가스 방출 관련 광범위한 규제권한 없다" 판결


연방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6대3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기오염방지법을 토대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 사용을 중단하도록 전국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은 '현재 위기에 대한 해결책'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중대한 결정은 의회 또는 대표 기구의 명확한 위임에 따라 행동하는 기관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의회가 에너지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전면적인 권한을 환경보호청에 분명하게 부여하지 않았다는 판결이다.

환경보호청의 권한에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섰던 패트릭 모리지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환경보호청은 더 이상 의회의 동의 없이 국가의 에너지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각 주들이 그들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석탄화력 발전에서 탈피하도록 강요하는 광범위한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치드 라자러스 하버드대 법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대법원의 판결은 기후 변화를 다루는 환경보호청의 능력을 크게 제한한 것"이라며 "법원은 정부의 공중 보건과 복지 보호 능력을 근본적으로 뒤엎을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이번 판결이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박탈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법원이 의회나 전문기관 대신 스스로를 기후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자로 임명한 것인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U.S. President Joe Biden gestures as he speaks at a news conference during a NATO summit in Madrid, Spain June 30, 2022. REUTERS/Yves Herman /사진=로이터=뉴스1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 나라를 후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또 다른 파괴적 결정"이라며 "이번 판결은 우리의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나는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합법적 권한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무부 및 관련 기관들과 함께 이번 결정을 신중히 검토하고 연방법에 따라 해로운 오염으로부터 미국인들을 계속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법무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연방 대법원, 23일엔 '뉴욕주 총기법' 기각


Hunting rifles are displayed for sale at Firearms Unknown, a gun store in Oceanside, California, U.S., April 12, 2021. REUTERS/Bing Guan/File Photo/File Photo /사진=로이터=뉴스1
앞서 지난 23일 연방 대법원은 총기를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위한 면허 신청 시 적절한 사유를 제시하도록 한 뉴욕주의 법이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위반했다며 기각 판결했다. '뉴욕주 총기협회 대 브루엔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재판에서 대법원의 보수적 법관 6명은 '기각'에 손을 들었고, 진보주의 법관 3명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뉴욕주 총기협회 회원인 로버트 내쉬와 브랜든 코흐는 자기 방어를 위한 은닉 권총 소지면허 신청이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대법관인 리처드 맥널리는 두 사람 모두가 공공장소에서 총을 소지해야 할 적절한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제2 순회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미 대법원은 다수의견을 통해 뉴욕의 법이 '수정헌법 14조'(시민은 법에 따라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를 위반했고, 이는 수정헌법 2조에 의해 허가된 대로 '일반적으로 자기 방어가 필요한 시민들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6대3의 판결은 면허 없이 은폐된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금지한 뉴욕법에 이의를 제기했던 총기 권리 옹호론자들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뉴욕주와 비슷한 방식으로 총기 은닉 휴대를 제한하는 캘리포니아, 하와이,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 다른 8개주와 워싱턴 D.C.의 법도 근간이 흔들릴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는 상식과 헌법에 모두 위배되는 것이며, 우리 모두를 심각하게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정부들은 총기 폭력으로부터 시민과 지역사회를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상식적인 법을 계속 제정하고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 스칼리아 대법관이 인정한 대로 수정헌법 2조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국가는 수세기 동안 누가 무기를 구입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지,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와 소지할 수 있는 장소를 규제해 왔고, 법원은 이 규정들을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전국의 미국인들이 총기 안전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 주길 촉구한다"며 "생명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연방 대법원은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도 내놨다. 대법원이 미 전역에서 24주 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1973년의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으면서, 미국 내 절반가량의 주가 전면적인 낙태 금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등 미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낙태 합법화 판결' 도 공식 폐기...바이든 "슬픈 날"


Abortion rights activists, including actor Busy Phillips, march past United States Supreme Court to protest the court's ruling to overturn the landmark Roe v Wade abortion decision, in Washington, U.S., June 30, 2022. REUTERS/Evelyn Hockstein/사진=로이터=뉴스1
연방 대법원은 24일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6대3' 의견으로 합헌 판결했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공개된 다수의견에서 "우리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며 "논리는 매우 약했고, 그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으며 낙태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해결을 가져오기는커녕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헌법을 준수하고 낙태 문제에 대한 권한을 국민이 선택한 대표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임명한 6명의 대법관들은 '합헌' 판결을, 민주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은 '위헌' 판결을 각각 내렸다. 위헌 판결을 내린 3명의 대법관들은 "다수파가 여성을 '2등 시민'으로 강등시켰다"고 반발하며 이례적으로 공동 이의신청을 냈다. 이들은 "앞으로 나올 법들의 정확한 범위가 무엇이든 간에 오늘 결정의 결과 중 하나는 확실하다"며 "이는 여성의 권리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의 지위 축소"라며 "오늘날 근본적인 헌법상 보호를 잃은 수많은 미국 여성들을 위해 우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연구단체인 굿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26개주가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거나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13개주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히면 자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도록 고안된 법을 갖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늘 미 대법원은 이미 인정했던 헌법상의 권리를 미국 국민들로부터 빼앗았다"며 "법원과 국가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로 대 웨이드'가 사라졌고, 이 나라 여성들의 건강과 삶이 위험에 처한 것이 분명하다"며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라는 한 대통령이 지명한 3명의 대법관들이 정의를 뒤집고 이 나라 여성들의 기본권을 없앤 오늘 결정의 주축"이라며 "내가 볼 때 이것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실현이자, 대법원의 비극적 오류"라고 질타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태어나지 않은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고 특별하며 보호할 가치가 있다"며 "우리는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구할 이 역사적 판결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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