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도, 정부도 "'금융 진출' 빅테크, 기관중심규제 필요"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 2022.06.30 16:35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원칙과 빅테크 금융규제 방안 구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회 모습/사진=김상준 기자

금융산업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해 기관중심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전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근거다. 금융당국도 일부 빅테크에 대한 기관중심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원칙과 빅테크 금융규제 방안 구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자봉 금융연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 진출과 관련해 현재는 혁신과 안정 중 우선 순위를 정할 때"라며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전제로 혁신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빅테크와 중형 핀테크에 대해선 기관중심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관중심규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로 대표되는 기능중심규제와 달리 '다른위험 다른규제'로 불린다. 그는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과 비금융 상품·서비스가 다양한 결합에 따른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기관중심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중심규제의 대표적인 방법은 자본금 규제다. 해외 국가들은 이미 자본금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은 최근 핀테크 2곳에 대해 은행업 인허가를 내줬는데, 일반 은행보다 높은 자본금을 확보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는 일반 은행과 동일한 자본금 규제를 적용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이 빅테크에 대한 기관중심규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빅테크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과 시스템 위험 때문이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딩 컴퓨팅 수요의 3분의2를 글로벌 빅테크 4곳이 가져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빅테크가 금융 시스템에 이미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빅테크가 부도 등 문제에 직면하면 위험이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기관중심규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기관중심규제가 모든 경우에 대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규모가 큰 일부 빅테크에 대해선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독과점, 불공정 경쟁 등에 관련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주요국에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맞춘 법제나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중형 핀테크와 빅테크에 대해 기관중심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인 한계를 들어 이는 중장기적인 방향성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부원장보는 "어떤 빅테크가 시스템 위험을 야기하는지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아직까진 없다"며 "그래서 당장은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뿐 아니라 빅테크의 자회사 은행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자본금 규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부원장보는 금융복합기업집단법 등을 언급했다. 이 부원장보는 "빅테크 자회사 은행만 봐서는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지주 구조로 돼있었으면 감독체계가 있어서 효과적으로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요건이 안 돼서 관련 법에 따라 감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은 여·수신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중 2개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금융회사의 자산 합계가 5조원 이상이면서 비주력 자회사의 자산 합계도 5조원 이상인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다. 금융복합그룹으로 지정되면 매년 그룹 차원의 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3년 마다 금융당국에게 위험관리 실태평가를 받게 된다. 이 부원장보는 "빅테크에 대해선 그룹 차원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자회사 은행 자체가 시스템 측면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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