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메타버스 시대의 상표권 보호

머니투데이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2022.06.29 03:26
메타와 우주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는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인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현실과 융합된 가상 공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아바타 등을 통해 상호 교류하며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한다.

메타버스 산업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를 주축으로 생태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데 관련해 지식재산권 중 대표적인 권리인 상표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이미 많은 글로벌 회사들은 메타버스 내에서의 상표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상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가고 있다.

나이키(NIKE)의 경우 미국 상표청 등에 '다운로드 가능한 가상 상품', '가상 상품이 등장하는 소매점 서비스' 및 '온라인에서 가상 액세서리 등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지정상품으로 상표를 출원했다. 크록스(Crocs)도 미국 상표청 등에서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으로 인증된 다운로드 가능한 디지털 아트 이미지 판매를 위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쿨(COOL) CROCS" 상표를 출원했다. 맥도날드는 '가상 레스토랑' 등을 지정상품으로 "MCDELIVERY"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상표권자는 상표를 출원할 때 '어떠한 표장을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지정상품)'에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게 되는데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 2가지 측면에서 동일 또는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상표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표가 디자인적으로 또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이 아니라 '상표적으로 사용'된 경우여야 한다. 즉, 해당 상표가 특정 상품의 출처(누가 만들었는지)를 표시하는 기능을 하여야 한다.

예컨대, 국내 시장에서 모자 전면에 자신의 등록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 A가 있다고 가정하자. 메타버스 내에서 위 상표를 부착한 모자 이미지를 아바타 악세서리로 판매하는 B에 대하여 상표 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모자류를 지정상품으로 한 상표만으로는 상표권 침해 주장이 어려울 수 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실물 모자가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사업자 A가 '화상 이미지'를 포함하는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을 지정상품으로 상표 등록을 해 두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상표법 개정을 통해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제공하는 행위'가 상표의 사용 행위로 명시(2022. 8. 4. 시행 예정)됨에 따라, 메타버스 내에서의 디지털 상품의 유통 행위에 대해서 상표권 침해 책임을 묻기가 용이해졌다.

가상과 현실을 잇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상표 포트폴리오 역시 가상과 현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물 제품을 위한 상표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되는 디지털 상품을 염두에 둔 상표권 관리 전략과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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