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남미 함께 웃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한 'K-농업의 힘'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 2022.06.29 06:00
농림축산식품부 농업ODA사업으로 건립된 베트남 우수농산물 저장유통센터에서 지역 농민들이 당근을 세척후 분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ODA사업으로 건립된 베트남 우수농산물 저장유통센터에서 지역 농민들이 당근을 세척후 분류하고 있다.
"올 해 초부터 인근 삼성(Samsung)공장 직원식당에 당근을 공급하기 시작했는 데 11월 부터는 농민조합 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수출도 할 예정입니다. 또 농산물 가공공장이 설치돼 얼마나 좋은 지 모릅니다. 그 전에는 '못생긴' 당근은 그냥 버리거나 돼지먹이용으로 쓰는게 다 였는 데 이젠 가공과정을 거쳐 판매를 하게 돼 농가소득도 많이 올랐습니다. 관련 시설과 기술을 지원해 준 한국정부에 감사할 뿐입니다."(베트남 덕친조합장 투엇씨)

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에 있어 중점 협력국중 하나인 베트남의 경우,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기반일 뿐만 아니라 1억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엄청난 농업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저기술-저생산성-저소득'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선진농업을 추구하는 베트남정부의 발목을 잡아왔다.

베트남정부가 한국정부의 선진 농업노하우를 요청하게 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는 "농산물 수확후 관리기술과 저온저장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베트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8~2022년 30억원을 투입, 수확후 관리시설(세척·분류·포장)과 유통·수출을 위한 저온저장고, 당근 가공시설을 제공하는 '베트남 우수농산물 저장유통센터 지원사업'을 하이증성(Hai Duong) 캄기앙군 덕친면과 같은 기아록군 탐민덕면 지역에서 실시했다.

농산물에 최적 온도를 제공하는 저장시설, 최고의 안전과 위생수준을 보장하는 가공과정을 거친 당근은 최상의 상품으로 탈바꿈됐다. 고품질화 및 유통가치사슬을 확보하게 된 덕친조합의 당근상품은 베트남 최대 마켓인 BIGC, VIN MART 등에 선보이며 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가 하면 인근 13개국에 수출물량을 확보하는 등 히트상품이 됐다.

K-농업ODA 사업의 수혜를 입은 덕친면과 탐민덕면 지역 농민들의 삶은 개선됐다. 농업관련 시설과 유통기술이 전수되면서 이들 지역은 베트남내 당근 최대 가공단지로 발돋움했다. 농가당 소득도 크게 늘어 덕친 농민조합(2100가구)은 2021년 대비 약 30%, 같은 기간 인근 탐민덕 농민조합(270가구)은 10%이상 증가했다.
한국 씨감자 생산기술이 전수되면서 볼리비아 씨감자 생산량이 크게 확대되는 등 주식인 감자의 안정적 생산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농업ODA 사업은 비단 베트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남미 내륙국인 볼리비아는 '감자의 나라'로 불릴 만큼 한때 감자농사가 성했고, 감자는 식단에서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로 '국민주식(主食)'으로 대우 받았다. 하지만 재배지가 해발고도 2000m 이상인 고산지역에 위치한데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직접 채종한 감자를 장기간 재사용하다보니 생산성이 낮고 소득이 적었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보니 '무병' 씨감자에 대한 욕구가 컸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볼리비아 씨감자 생산체계 구축 및 생산기술 전수사업'(40억원 규모)을 추킨키로 하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코차밤바(Cochabamba) 지역에서 한국식 씨감자 생산 리빌딩(rebuilding)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한국-볼리비아 씨감자연구센터(CNIP)' 를 건립해 씨감자 생산능력 향상과 보급체계를 강화했다. CNIP는 볼리비아 농림혁신청(INIAF)에서 씨감자연구를 위해 승인한 최초의 연구소다.

씨감자 생산체계(G0-G1-G2-G3)를 구축하고 연구센터의 연구진 역량강화교육에 집중한 결과, 1ha당 6.4톤(2017년)에 불과했던 씨감자 생산량은 2021년 ha당 12.3톤으로 2배이상 증가했으며 ha당 수익은 4631달러가 늘어났다. 또 씨감자 연구센터에서는 2000여명에 달하는 감자생산 농민들에게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는 재배기술 전(全)과정을 교육해 한국 씨감자 대량생산 기술 효과를 극대화 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2019년 당시 CNIP를 직접 찾아 한국의 씨감자 기술개발과 농가보급 상황을 보고받은 뒤 "한국, 진심으로 감사합니다(Muchas Gracias, Corea)"를 외치기도 했다.
한국 씨감자 생산기술이 전수되면서 볼리비아 씨감자 생산량이 크게 확대되는 등 주식인 감자의 안정적 생산기반이 마련됐따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한-볼리비아 씨감자연구센터 전경.
농식품부는 2010년 선진 공여국 모임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한 후 2020년까지 총 1227억원 규모의 사업(65개)을 아시아, 중동·CIS, 아프리카,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에서 진행해 왔다. 규모면에서는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54%, 사업건 수로는 전체 6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사회 개발원조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했고,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전쟁의 폐허를 딛고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하기까지 농업·농촌 부문의 개발 경험은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에 있어 '롤 모델(Role Model)'로 자리했다.

이상만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윤석열정부의 농림ODA 사업은 이제 중점 협력국의 스마트팜 사업, 개도국 맞춤형 농업기술 공여사업, 사막화방지 조림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농업ODA 위상제고는 물론 수원국의 수혜자들에게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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