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사를 써도 무관심한 주제가 많거든요. 그래서 춤으로 전해서 관심을 이끌고 싶은데…표현하고 싶은 게 잘 안 돼요."(기자)
"진짜 어려운 걸로 해볼까요?(움찔)"(모니카쌤)
마흔살에 춤을 처음 배우는데, 선생님이 무려 스트릿우먼파이터(이하 스우파)에 나온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님이라니. 걱정과 두려움이 교차했으나 댄스 스튜디오엔 이미 영화 <조커> 음악인 콜미 조커(Call me Joker)가 흐르기 시작했다. 맞다, 조커가 첫 살인을 한 뒤 화장실에서 춤췄을 때 나오던 그 음악.
문득 용기를 낸 건, 나 같은 댄스 '뚝딱이(뚝딱거려서)'들이 무려 방송 출연까지 한다고 해서였다. 엠넷(Mnet) '뚝딱이의 역습' 프로그램 말이다.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는 말에 내 안에 눌러뒀던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남기자의 체헐리즘>과 콜라보를 하고 싶단, 박지연 엠넷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님의 말에 마음이 넘어갔다. 안 선생님 앞의 정대만처럼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춤을 춰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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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브레인스토밍'…조커의 어두운 마음을 '춤'으로━
춤에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싶다고 모니카쌤에게 말했다. 스우파에서 <프라우드먼>이 했던 <데스페라도> 공연처럼(진짜 멋짐). 모니카쌤은 영화 <조커> OST인 <콜미 조커>에 맞춰서 해보자고 했다. 방관이 만들어낸 조커의 분노, 어두운 마음을 표현해보자는 거였다. 영화 배경음악이라 박자가 없어서, 좀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감정을 '브레인스토밍' 하는 게 시작이었다. 그걸 나열해서 춤으로 표현하는 거다.
"쉽게 말해 분노가 있어요. 그 다음에 느끼는 건 뭘까, 복수, 좌절, 무력감…순서를 나열하는 거죠. 끝엔 어떤 마음이 들까요?"(모니카쌤)
"해방감 같은 걸까요?"(기자)
"분노에서 용서나 자비로 가도 되고, 분노에서만 머물러도 돼요. 저는 걱정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 같아요. 내가 왜 기분이 나쁘지, 이 XX 죽여버리고 싶잖아(움찔), 이런 느낌을 왜 내가 갖고 있는 거지, 이런 걸 고민하잖아요. 그걸 정리하는 무빙을 넣는 거죠."(모니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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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는데…막상 해보니 재미 있었다━
원투쓰리포, 파이브 식스, 세븐. 그의 박자에 맞춰 나도 함께 움직였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데, 표현되는 건 아예 달랐다.
분노의 감정 표현이 이어졌다. 모니카쌤이 말했다. "노려본 다음에 쟤를 불러 말어, 가서 말해 말어, 머뭇거린다는 느낌이 들죠." 그리고 화를 내는 순간이 됐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억울하다고, 말이 되느냐고. 그게 다 동작으로 표현이 됐다. 가슴을 치듯 왼손을 뻗었다가, 오른손을 뻗어 자제하고, 그러다 결국 멱살을 잡아 끌고 왔다.
마지막으로 <콜미 조커>에 맞춰 모니카쌤과 나란히 춤을 췄다.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 묵혀뒀던 해방감이 밀려왔다. 순식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그를 보며 박수를 쳤다. 모니카쌤은 "감정을 자기식대로 해석해 모양을 만드는 것도 기본기"라며 "오늘은 주제가 분노였지만, 어느 날은 새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쭉쭉 연습해도 춤을 충분히 잘 출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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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의 긴장감, 춤출 땐 잊을 수 있어"…춤에 진심이었던 '열정 뚝딱이'들━
같은 스튜디오에서 <뚝딱이의 역습> 촬영이 이어졌다. 나처럼 춤을 배우고 싶지만, 잘 못 추는 뚝딱이 5명이 들어왔다. 여기선 아무래도 괜찮았다. 춤을 못 춰도, 아무렇게나 춰도. 쪼그리고 앉아 연습하는 장면을 바라봤다. 모니카쌤의 가르침에 따라, 이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안 되던 동작들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연습실이 뜨거워졌다. 쉬라는 데도 춤을 계속 추었다.
뷰티디렉터인 이권호씨(32)는 홀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니 모든 이들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 일했다. 이씨는 "그런데 춤출 땐 그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러니 그 순간 너무 즐길 수 있게 된다. 너무 재미 있고, 심장을 뛰게 해준다"고 했다. 직장인 신유리씨(31)는 "내 움직임에만 몰두하고, 그것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모든 걸 까먹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어떤 마음인지 알듯 했다.
"한 발은 어려울 수 있는데, 두 발은 쉬운 것 같아요. 딱 한 발만 내딛으면."(신유리씨)
그게 춤을 추고 싶지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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