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사업 못하겠네"…중대재해법 반년만에 손질, 왜?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22.06.27 06:30

[MT리포트] 기업 발목잡는 '죄와 벌'③

편집자주 |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된다. 평범한 투자 결정도 실패하면 배임죄로 몰린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도 끊임없이 기업인들의 목을 옥죈다. 이에 새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정부가 시행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손보기로 했다. CEO(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어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시행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징역형으로 하한 규정을 둔 형량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오는 7월부터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시킨다는 취지에서다.

중대재해법 개정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실효성을 높이고 제도 취지를 살리는 방안에서 지침을 고치고, 부족하다면 시행령을 개정해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시행했는지 따져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형벌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계는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는 CEO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량 부담이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CEO 개인에게 다 지우고 형량을 징역 1년 이상으로 두는 것은 과도하다"라며 "기업의 안전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인에 대한 벌금 등의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중대재해 수사를 받는 기업들은 CSO(최고안전책임자)가 있었더라도 100% 모두 대표이사가 피의자로 입건됐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뭘 지켜야 하는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대표가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다"고 했다.


앞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중대재해의 정의를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사망사고 발생 시 처벌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전환해달라고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을 면제해달라고도 했다.

국회에는 이미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CEO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확보 조치를 했다면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CEO 처벌을 강화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법무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나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협의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에서 개인에게 '1년 이상'이라는 하한형을 적용한 건 형벌 체계 균형상 과도한 면이 있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영규 변호사(중대재해법TF팀장)는 "안전법규 측면에서 해외 법률에 비춰보더라도 1년 이상 하한형은 유일하다고 봐야 하는데, 중대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형량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고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발생케 한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 하한형이 가해지는 건 과한 면이 있다"라며 "형벌 체계 균형상 개정을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1월27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사고 57건(65명), 질병사고 2건(29명) 등 총 59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7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 등이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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