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1300원 뚫린 원/달러 환율..."1320원 갈수도"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6.23 15:5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화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달러와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여파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132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6.23/뉴스1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서면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가뜩이나 치솟는 소비자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오버슈팅(단기과열)으로 환율이 132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1200원대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란 게 당국과 시장의 관측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약 13년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 대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심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을 부추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가 줄고 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보다는 수익률이 고정된 달러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 달러화 표시자산, 일본 엔화 표시자산 등은 안전자산에 속하는 반면 한국 원화 표시자산은 위험자산에 속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 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상승(가치하락)한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 통상 달러화 기준으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달러화 가격이 변하지 않아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5%를 넘긴 상황에서 외환당국은 물가안정 차원에서 환율 하락을 위한 정책적 수단을 적극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시 시장 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며 외환시장에 대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이상으로 치솟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환율이 장기간 1300원선을 상회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1300원을 터치한 만큼 헤지펀드 등의 베팅이 있을 수 있어 132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며 "그러나 당국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오버슈팅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한동안 1300원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달러 강세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1300원에서 추가 급등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며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1200원대 중후반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상황이긴 하나 여전히 4000억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477억1000만달러(약 582조원)로 전월말 대비 15억9000만달러 줄어들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현 외환보유액은)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여건을 감안했을 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의 김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적지 않고, 무역수지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며 "위기상황에서는 경기침체와 신용리크스가 동반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NH선물의 김 연구원도 "경기침체 우려는 나오기만 위기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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