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는 도착 첫날부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 한 총리와 대표단은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 도착 직후 여장도 채 풀지 않은 채 2027년 인정박람회(Recognized Exhibition) 후보국인 미국이 주최하는 만찬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2030 세계박람회 주요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많은 회원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한 많은 국가를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후보국은 당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5개국이었으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는 지난 5월 신청을 철회했고, 우크라이나는 개최후보국 지위가 정지되면서 사실상 사우디와의 양강 구도에서 표를 선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유치 발표 전날인 지난 20일에는 로버트 클라크 2027년 미국 미네소타 박람회 유치위원장과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부산이 현대사의 전환의 상징으로서 가난을 딛고 물류의 디지털 중심지가 됐고, 부산이 한국전쟁 등 역사에서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자리에 함께한 최 회장도 한국과 미국 간 비즈니스계에서의 협력 요소를 소개하며 "엑스포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 수 있다"며 힘을 보탰다.
총회 이틀 째인 지난 21일에도 물밑 외교전은 이어졌다. 각국 장관과 프랑스 주재 대사들을 만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설득했다. 한 총리는 카트린느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 세오콜로 주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타티아나 마티치 세르비아 무역관광통신부 장관 등과 잇따라 면담했다. 콜로나 장관은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한국의 신임 대통령, 총리, 외교장관이 취임한 것을 축하하며 한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최 회장도 한국 기업이 유럽에 진행하는 첨단 분야 투자 등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 총리는 타티아나 마티치 세르비아 무역관광통신부장관과 접견에서는 "기후, 자연경관, 기술 요소 등에 공통점이 있는 두 나라의 특성을 봐서 세르비아가 한국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저녁에는 CIS(독립국가연합) 중 4개국과 몽골의 주프랑스 대사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에 대해 각국의 대사들은 한 총리와 한국의 발표를 호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국가의 대사는 "다음 면담을 할 때는 한국 유치 기념 만찬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의 주제(theme)가 본국의 우선순위(priority)와 일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총리는 같은날 직접 프레젠테이션(발표) 첫 번째 연사로도 나섰다. 이번 발표가 코로나19(COVID-19) 이후 첫 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최고위급이 나서 정부의 강력한 유치 의지를 표명하겠다는 의미다. 한 총리는 '대전환을 위한 출항지,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불어와 영어를 이용해 발표하며 회원국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 총리는 "지난 5월 출범한 한국의 새 정부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2030 세계박람회의 개최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며 "국무총리인 저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최 회장이 공동으로 유치위원회를 이끌며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마지막 날까지 숨쉴 틈 없이 한국 지지를 호소했다. 디미트리 케르켄테스 BIE(국제박람회기구)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총회에서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BIE 회원국들에게 설득을하고 세계의 자유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것을 천명했다"며 "민관이 합동으로 기업과 정부 힘을 합치면 어렵겠지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