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시대의 경쟁법 집행

머니투데이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 | 2022.06.23 05:14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바야흐로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다.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플랫폼 거래를 통해 훨씬 만족스러운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소비자 후생의 제고가 플랫폼 시대 경쟁법 집행이 어려워진 이유가 됐다.

과거 기업들의 반(反)경쟁행위는 대개 소비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플랫폼 시대에는 경쟁을 저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 후생을 끌어올리는 사업전략이 됐다.

플랫폼 시대에선 플랫폼의 이용자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등록 음식점 수가 적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배달앱들은 음식점 확보에 필사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플랫폼에만 이로운 것은 아니다.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 수가 늘어나면 그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효용이 즉각 증가한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배달앱이 경쟁 배달앱을 시장에서 쫓아내고 그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들을 모두 확보했다고 가정해보자. 반경쟁적인 방법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경우 예전 같으면 바로 경쟁법 집행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경쟁사업자가 제거돼 소비자한테도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경쟁자를 몰아낸 결과 그 배달앱은 엄청난 수의 음식점들을 새로 확보하게 됐고 이를 반기는 소비자들도 있을 수 있다. 배달앱이 둘로 나뉘어 있는 것보다 다수 음식점을 가입시킨 배달앱 하나만 존재하는 게 소비자에게 더욱 큰 효용을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독점 배달앱 상태가 오랜기간 지속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경쟁 플랫폼이 사라지면 독점 배달앱은 음식점 수수료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주던 쿠폰 발행을 중단할 지 모른다.


배달앱 사례만 봐도 경쟁법 집행에서 고려할 점이 예전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 집행을 위해선 플랫폼 사업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살피고 그 크기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 이는 전통산업과 비교할 때 난이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소비자 후생을 잣대로만 경쟁법을 집행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소비자 후생이 개선된다는 점만 고려해 거대 독점 플랫폼 탄생을 용인하면 또 다른 폐해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거대플랫폼의 경제력집중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플랫폼 시대에서 법 집행의 시점은 매우 중요해졌다.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면 플랫폼 특유의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시장상황을 돌이키기가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 집행 수준도 관건이다.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혁신적인 서비스의 등장을 막을 수 있어 법 집행의 적정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교한 경쟁법 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소비자 후생의 증감, 경쟁제한에 따른 폐해의 크기, 소비자의 고착화 등으로 인한 후생 손실를 정교하게 측정해 적정 수준의 법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경쟁법 집행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욱 분석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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