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1000원? 일회용 대신 내 그릇 내미는 '용기인' 늘어난 이유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22.06.24 06:10

전통시장 최초로 환경공단 '내그릇캠페인' 벌인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가보니…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전경. 내그릇 캠페인을 포함한 친환경 운동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일회용기 말고 여기에 담아주세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은 지난해부터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내그릇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내그릇 캠페인'은 식당에서 포장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기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주는 것으로, 올해로 2년째를 맞았다. 통상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유명 프랜차이즈 위주인 다회용기 캠페인에 전통시장인 신영시장이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급증한 일회용기 등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내그릇 캠페인'을 시작했다. 배달앱 '위메프오'와 서울시 공공배달앱 '먹깨비'에 포장 주문 시 '내그릇 사용'이란 선택지를 포함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는 신영시장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영시장 내 점포 100여곳과 프랜차이즈 업체 등 서울 시내 매장 1000여곳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전통시장인 신영시장에서의 내그릇 캠페인은 가격할인이나 무료음료 등을 제공하는 배달앱 이벤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다. 처음 내그릇 캠페인에 참여하는 고객에게는 고유번호와 주차 할인 쿠폰, 다이소에서 제공한 1ℓ(리터)짜리 스테인리스용기 등을 제공했다. 그리고 매회 참여 때마다 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용기머니'를 1000원씩 지급하고 참여한 소비자를 '용기인'이라고 호칭했다.

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은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인보단 고객을 상대로 해야 불편을 수반하는 캠페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그릇을 가져오는 고객들을 '용기인'이라고 부르며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용기머니를 제공하다 보니 고객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처음에 별 반응이 없던 상인들도 시장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내그릇 캠페인 참여 사진을 올리면서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하늘문화센터에서 열린 내그릇캠페인 참여 소상공인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영시장의 내그릇 캠페인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그까짓 1000원 주면서 귀찮게 하느냐"는 비난도 있었고, 용기머니만 노려 수차례 계산을 반복하는 '체리피커'(얌체 소비자)도 나왔다. 신영시장 상인회는 이런 문제를 '스토리'로 해결했다고 한다. 용기머니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해 내그릇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고객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파하는 식이다.


고객과 함께 '어떤 용기를 쓰면, 어떻게 하면 캠페인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공유했다. 구매한 음식보다 더 큰 용기를 들고 온 고객에겐 한 국자라도 더 음식을 담아주는 전통시장 고유의 '인심'도 내그릇 캠페인을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이 됐다. 또 내그릇 캠페인을 위한 '용기인' 캐릭터도 제작해 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이인선 신영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은 "용기인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캠페인의 재미 요소로 활용했다"며 "상인이 아닌 고객을 주인공으로 만드니 환경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환경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신영시장에서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내그릇 캠페인'에 참여하는 전통시장을 확대하기로했다. 서울 서쪽에 위치한 신영시장을 포함해 △봉천동 인헌시장(남쪽) △공릉 도깨비시장(북쪽) △자양동 전통시장(동쪽) 등 동서남북 4개 시장으로 캠페인을 확산한다. 다른 지역 공공배달앱으로 온라인 캠페인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배달의 민족 등 주요 배달앱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서울시내 4개 시장과 아성다이소, 글라스락 등 후원 기업 등과 다자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려고 한다"며 "대형 배달앱 플랫폼과 연계한 이벤트와 전통시장에서 참여하는 도전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방안을 고민하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신영시장에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며 "ESG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시장에 사례를 전파해 지역자원과 관광자원 요소를 결합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시장 SNS(소셜미디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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