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 유니클로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7일부터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유니클로 측은 "인상 품목 및 수준은 밝힐 수 없다"며 "4월에 밝힌 바와 같이 국제 원자재와 물류비, 운송비 인상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4월 주주총회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엔저를 우려하며 각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당시 "일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고민을 거듭한 가격이라면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요동치고 엔화 가치가 1998년 이후 2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일본 유니클로는 오는 8월부터 가을·겨울 제품 일부 품목을 인상한다고 지난 8일 공지했다. 대표 상품인 플리스는 1990엔에서 2990엔으로 50% 급등한다. 울트라라이트다운자켓은 5990엔에서 6990엔으로 16.7%가 오른다. 겨울 내의로 유명한 히트텍 엑스트라웜은 1500엔에서 1990엔으로, 히트텍 울트라웜은 1990엔에서 2990엔으로 뛴다.
유니클로가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토종 SPA인 탑텐(신성통상), 스파오(이랜드)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 H&M은 이미 올해 일부 상품의 가격을 올렸고 무신사의 PB(자체)브랜드 무탠다드도 치노팬츠 등의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의류제조업은 원재료를 수입해 동남아시아 등 해외 공장에서 상품을 만든 뒤 국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봄, 여름 상품은 3~6개월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해 인플레이션 여파가 덜했지만 가을, 겨울 상품은 원가가 더 높은데다 고비용, 원화 약세가 적용돼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해외에 직접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까지 핵심 아이템의 가격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지 임금 등 물가 상승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 측도 "구체적인 인상계획이나 확정안은 없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SPA 브랜드들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인만큼 가격 인상 후에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지는 미지수다. 유니클로는 2014년, 2015년에도 원재료 가격 상승과 급격한 엔화 약세를 이유로 가을·겨울 상품 가격을 2년 연속 올렸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결국 2016년 봄·여름부터 가격을 다시 인하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2015년(2015년 7월~2016년 8월)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6% 급감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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