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 넘는데 또 올려달라고? 경제계 우려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06.22 05:20
/사진 = 김다나 디자인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 노조가 일제히 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계는 급격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과 임금 재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인플레'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망 위기와 원가 상승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노조는 10%대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최대 25%의 성과급 등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으나 사무직노조 등 4개 노조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을 고용부에 고발했다. 실제 적용되는 인상률이 낮고 노조를 배제한 채 벌인 협상이라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기본급 기준 12.8%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연봉상한제(사무직 1억 2000만원) 폐지를 주장했다. 전임직(생산직)노조는 물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대와 통상임금 산입을 주장한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인상액의 2배가 넘는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만 60세→61세) 등을 요구한다.

경제계는 주요 기업 노조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추가 고용 여력을 줄이고 물가 추가 인상의 우려가 있다고 관측한다. 주요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전반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29.5% 이상 올려 1만 1860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62%에 그쳤으나 최저임금은 연평균 7.25%나 올랐다.

김용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큰 폭의 임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 원가를 상승시켜 경영지표를 악화시키고 고정비 증가로 경기 불황에 대응하는 여력을 떨어트린다"며 "국내 경영환경은 생산성이 낮고 임금 하방경직성(한번 가격이 오르면 쉽게 하락하지 않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무리한 인상 요구는 기업 성과를 불투명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주요 기업들은 우크라 사태 장기화와 원자재가 인상, 미·중 갈등 등 국외발 악재에 대처하기 위해 투자를 어느 때보다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5년간 450조를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으며, 현재차는 국내에만 2025년까지 63조원을 쏟아붓는다. 한화와 롯데도 각각 37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높다.

기업은 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부담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건비 증가로 재화·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뛰고, 또다시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를 통해 "물가 상승률이 높은 시기엔 노동 비용이 쉽게 물가에 전가되며, 물가와 임금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기용 경영대학교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길목에서 무리한 임금 인상은 기업의 위기 대처 능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특히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주요 기업들의 임금 인상 폭이 커지면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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