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도 링거 바꿔주게하는 日…의사들 반대에 의료공백 제자리 韓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06.21 05:42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의료·간호 인력난…
日총리 자문기구, 직종 파괴 '업무공유제' 추진…
약사도 환자 방문해 링거·드레싱 교환 가능토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심각한 의료·간호 분야 인력난을 경험한 일본이 직종 구분 없이 업무를 분담하는 의료업무 공유제 도입을 추진한다. 환자 거주지를 찾아가는 방문 의료서비스에 약사를 투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본 정부가 만성적인 의료·간호 분야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산업의 경계를 허물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더욱 확연해진 의료 현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일본의 이 같은 규제 개혁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중단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의 규제개혁추진협의회는 의료 종사자들의 직종 구분 없이 업무를 분담하는 '업무 공유제' 도입을 추진한다. 규제개혁추진협의회는 기업과 의료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총리 직속 자문기구다.

일본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으로 의료 종사자의 업무를 법률로 정하고 있는데, 현 제도는 각 직종의 업무를 지나치게 세분화해 환자의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본 도쿄의 한 의료진이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있다. /ⓒ AFP=뉴스1
이에 따라 협의회는 직종을 넘어선 의료인들의 업무 분담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무회의에서 시행계획을 결정할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자의 거주지를 찾아가는 방문 의료서비스에 약사를 투입하는 것이다. 현재는 간호사만 가능한 링거액 보충·교체, 욕창 환자에 약을 바르는 일 등을 약사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 간병 분야에선 최소 인력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입소자 3명 당 간병인 1명 이상 배치를 의무화한 간병시설 기준을 4명 당 1명으로 낮출 계획이다. 간병보험 사업자의 행정 절차도 간소화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인 서류와 양식을 통일해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온라인 신청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한국은 '삭발투쟁' 불사한 영역싸움에 환자들 뒷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곽지연(왼쪽)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간호조무사 공동궐기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05.22.
일본 정부의 의료·간병 분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때때로 관련 업계 반발에 부딪혀 왔다. "이번 개혁 조치가 업계간 갈등을 빚지 않고 조속히 시행되려면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부의 협상력이 중요하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하지만 일본은 원격 진료부터 방문 서비스까지 한국보다 훨씬 유연한 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97년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은 2000년 이후 수차례 고시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넓혔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초진 환자의 온라인 진료까지 허용했다. 환자 방문 서비스의 경우 간호사를 넘어 약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왔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에서 '간호법 반대'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2.5.15/뉴스1
이에 비해 한국에서 원격 의료는 현행법상 의사 간 협진으로 제한돼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첫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22년간 의사들의 반대로 발이 묶였다. 국회에 제출된 의료법 개정안은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물꼬를 텄지만 원격 진료 관련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원격의료를 제한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6개국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심각한 의료 공백을 경험하고도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직종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간호법' 제정은 불발됐다.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손잡고 삭발투쟁까지 하며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의사들은 "간호법이 의사 고유의 영역인 환자 진료와 처방의 영역을 침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제도"라며 간호법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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