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급락하며 코스피 24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고점(3316.08, 6월25일) 대비 925포인트 내리며 19개월만에 2400선 아래로 밀렸다.
코스닥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종이 줄줄이 급락하며 3.6% 빠졌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지난 17일 6% 하락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하자 외국인 투매가 쏟아졌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9.9포인트(2.04%) 내린 2391.03에 마감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종가 기준 2400선을 밑돌았다. 2020년 11월 이후 19개월만이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6653억원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 순매도(1482억원)에 3.60% 내린 769.92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1원 오른 1292.4원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100원(-1.84%) 내린 5만8700원에 마감하고 SK하이닉스가 1.97% 내리는 등 외국인 매도에 반도체 업종이 줄줄이 약세였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8135억원을 순매도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공포 단계로 높아졌다"며 "경기침체 공포에 외국인은 자금 회수 전략을 취했고 시장이 전체적으로 펀더멘탈(기업 본질가치)보다는 악화된 분위기에 좌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매도에 의한 한국 증시 낙폭이 유난히 두드러졌다"며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를 단행하는 가운데 물량을 받아낼 주체가 마땅하지 않아 지수 낙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생산업체와 관련 소재·부품·장비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율은 30%에 달한다.
그간 잘 상대적으로 잘 버티던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업종마저 밀리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주식시장에서는 저평가 우량주, 즉 블루칩인 삼성전자마저도 불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소부장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급락이 불가피했다.
기술적으로도 투자심리는 바닥을 쳤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중 9거래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열흘만에 10.5% 조정을 겪었다.
━
장부가 1배 밑도는 코스피..."바닥 가까워지는 중" ━
코스피는 금융위기 같은 초유의 사건 앞에서 PBR 1배를 뚫고 추락한 적이 몇 차례 있다. 1998년 IMF 사태 당시 0.42배, 2001년 IT버블 붕괴 때 0.69배, 금융위기 당시 0.83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국면 0.68배까지 밀렸다. 다만 코스피가 PBR 1배를 하회하는 구간은 매우 짧았고 복원은 즉시 이뤄지곤 했다.
강 팀장은 "주식시장의 칼날같은 저점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부가 이하로 내려간 현 주가지수에서 추가로 손해를 볼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며 "투심은 공포 단계로 높아졌지만, 단기적 변동성이 계속되더라도 이제는 주식시장 반전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코스피, "바닥에 거의 도달" vs "바닥 가늠할 수 없어" 엇갈린 전망 ━
김성노 센터장은 "오늘 하락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고 한국주식은 지금 가격대에서 자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하락한 상태"라며 "유럽,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로 실적 우려가 있지만 3분기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과 2023년 법인세 인하 기대를 고려하면 코스피 기업 실적 가시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 물가 우려가 있지만 6월 이후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도 유효하기에 반등 가능성이 무게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물가지수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